'제주 간첩단 사건' 피고 3명 혐의 부인…"언론이 공격" 주장도
검찰 "이런 식이면 재판 지연"…법원도 "바람직하지 않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이른바 '제주 간첩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3명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은주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53·건강 악화로 불구속)과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53·구속), 박현우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48·구속)에 대한 제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 전 쟁점이나 증거를 정리하고 심리계획을 수립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경우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법정에는 변호인들이 대신 출석했다.
변호인들은 이 자리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인들은 강 전 위원장이 2017년 7월28일 여객기를 타고 캄보디아로 출국한 사실 등 개별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피고인들은 방어 전략으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더이상 답변드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판부가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듣고 쟁점을 정리하는 게 공판준비기일의 가장 큰 취지"라며 거듭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지만 변호인들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관련 답변 과정에서 "직전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 의견을 밝혔더니 모 언론사가 피고인들이 권리를 남용하고 있다는 식의 사설로 피고인들에게 무참한 폭력을 가했다"며 "어떤 발언이 또 피고인들을 공격하는 빌미가 될까봐 두려워 발언을 주저하는 것이지 재판부에 협조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들은 직전 공판준비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재차 밝히며 공판준비절차에서 증거의 동일성, 무결성 등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이런 식이면 재판 절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금은 증거채부도 안 된 상태고, 또 피고인들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조사가 이뤄진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공판준비절차에서 증거조사가 이뤄졌는데 만약 법리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되면 사실상 재판을 전부 다시해야 한다. 이는 양 측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공판준비기일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마치겠다"고 밝혔다.
제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 전 위원장은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만난 뒤 그 해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 방식으로 북한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지령문을 받고, 14차례에 걸쳐 대북 보고서를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2018년 12월부터 이적단체 'ㅎㄱㅎ' 결성을 준비해 온 세 피고인은 북한으로부터 조직 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이 하달된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결성 작업에 들어갔다.
강 전 위원장이 총책을 맡은 'ㅎㄱㅎ'는 고 사무총장이 책임자인 노동 부문 조직과 박 위원장이 책임자인 농민 부문 조직, 강 전 위원장이 직접 관리한 여성농민·청년·학생 부문 조직 등 크게 3개 하위조직을 뒀다. 구성원 수는 총 10여 명이다.
그렇게 'ㅎㄱㅎ'는 북한이 제공한 암호 프로그램(스테가노그라피·Steganograpy)으로 만든 문서를 클라우드에 올려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보당 제주도당 당원 수 등 현황과 사상학습 실적, 노동·농민부문 정세, 포섭 상황, 반미국·반정부 집회 활동 등을 북한에 보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강 전 위원장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북한 대남공작원 활동을 찬양하고,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북한의 대남공작전략에 이익이 되는 민주노총 투쟁 일정과 이적단체 후원회 명단 등을 북한에 보고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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