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거부권 어떤 경우의 수에도…의료·간호계 단체 행동 불가피

간호법 16일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커
거부권 행사 안되면...의료계 17일 총파업 예고 "의료 공백 대책, 안내할 준비"
거부권 행사 되면...간호계는 준법 투쟁 강조, "환자 피해 최소화할 것"
상급종합병원 진료 공백 없을 듯… 개원가 분위기도 조용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간호협회 임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오는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당정의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9일까지다. 2023.5.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간호법을 두고 의료연대와 간호계 양측이 각각 파업과 단체 행동을 예고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나온다. 일선 현장에서는 필수·응급 의료 공백을 메울 대책을 마련 중이거나 이미 지침을 내렸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6일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회원들에게 의료 공백 대응 지침을 안내할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 등 대학병원에서는 간호법 갈등으로 인한 진료 대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박명하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최소한의 필수·응급 의료 대책과 관련해 "내일(16일) 국무회의 결과를 보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예정이다"며 "그 후 최종적으로 회원들에게 (지침을) 안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법은 오는 16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논의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 강행 시 오는 17일 13개 단체, 400만명 보건·의료 관계자가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총파업 강행 여부가 국무회의 결과에 달린 만큼 의료 공백 대책도 이에 맞춰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병원협회는 총파업 상황에서도 응급 상황에 대비한 필수 의료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최소한의 진료는 유지해달라는 공문을 지난주 전국 병원에 한 차례 발송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 행사가 가시화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대국민 설득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은 16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간호법 제정안의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9일까지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 릴레이 단식 투쟁 천막에서 서정성 총무이사가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2023.5.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거부권 행사 시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계와 같은 총파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지금 다른 의사들의 업무뿐만이 아니라 임상병리사·방사선사들이 자신들의 업무까지도 간호사에게 막 떠넘기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타 직역에서 떠넘겨진 업무를 하지 않거나 또는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 방법 등 법을 지키는 선에서 단체 행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간호계가 준법 투쟁에 돌입할 경우 의료 현장에 일정 부분 혼란이 예상된다.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맡는 업무가 많은 데다가 간호계 최대 숙원이었던 간호법 제정이 불발될 경우 단체 행동 참여율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환자에게 피해가 최소한으로 갈 수 있는 방안으로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의료 공백 대책은 이제부터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의료계 총파업과 간호계 단체 행동에 따른 진료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1·2차 의료계 부분 파업 때도 이들 대형병원에서는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업과 관련해 병원 내부 동향이나,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도 "병원 내부에서 파업 관련해 들리는 얘기는 없다"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느냐, 마느냐가 일단 결정돼야 다음 스텝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개원가에서도 아직 파업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기자가 서울 일부 지역 동네 병·의원을 둘러봤으나 파업으로 인한 휴진을 안내하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송파 지역 소아·청소년과의원 관계자는 "매일 진료 예약이 꽉 차 있는데 하루 휴진했다가는 스케줄 전체를 바꿔야 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간호법안 관련 보건복지부 입장을 밝힌 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3.5.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간호법 관련 브리핑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의료 공백은 있을 수가 없다"며 "정부는 관련 법령과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