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주도권 싸움에…‘담배 유해성분 공개법’ 좌초 위기
담배에 담긴 독성 화학물질과 발암물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담배 유해성분 공개’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 법안은 10년간 부처 간 주도권 다툼 탓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올해도 같은 이유로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15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논의 안건 가운데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담배 유해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상 담배갑에 표시가 의무화된 성분은 니코틴과 타르뿐이다. 2000년대부터 담배 제품에 포함된 주요 유해 성분 공개 중인 미국, 호주, 유럽 등과 다른 표기 규제를 고수하는 것이다. 특히 타르는 담배 연기 잔여물 총합(TAR·Total Aerosol Residue)의 줄임말로, 개별 유해물질 정보 표시에 부적절하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의 의견이다.
부처 이기주의가 법안 통과를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담배 유해성 관리법 재정안’을 통과시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기자, 일주일 지난 3월 30일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두 상임위가 발의한 법안은 모두 담배 유해 성분 공개가 핵심이고, 기재부와 보건부 중 어느 쪽이 규제 주도권을 갖는지만 다르다.
보건부는 담배규제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복지부가 총괄하는 게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재부는 담배사업법에서 담배 유해 성분을 공개토록 하는 만큼 이 법을 개정해 기재부가 담배의 유해성을 관리 및 감독하고, 식약처가 담배 유해성 검사 실시 및 발표, 복지부가 이를 토대로 금연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법안이 두 상임위에서 발의되자 담배 성분 공개의 주관 부처를 어디로 정할 것인지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난달 12일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서 나왔다. 이후 기재부와 보건부가 논의를 진행했으나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 조정이 이뤄져 이날 기재위 소위 안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논의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규제 주체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담배 유해성분 공개 법안 통과가 올해도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담배 유해성분 공개 법안은 2013년 처음 발의된 이후 10건 넘게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된 적 없다. 올해도 이처럼 입법에 차질을 빚고 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정유라, 9원씩 수십번 입금에 분노 “이젠 무섭다, 고소 검토” - 매일경제
- 7억~8억이면 과천에 새집...당첨땐 ‘수억 로또’ 자격 따져보니 - 매일경제
- “러시아, 중국 속국이 되고 있다”…프랑스 대통령 ‘돌발발언’, 왜 - 매일경제
- “네 권리만 권리냐”…‘내로남불’ 민폐시위, 헌법대로 한다며 헌법 무시 - 매일경제
- 가맹점도 손절한 임창정...간판에서 ‘임창정’ 뗐다 - 매일경제
- 유서 남기고 사망한 30대 트로트 가수는 ‘해수’였다 - 매일경제
- “조선소 일할 사람 없나요?”…자녀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에도 인력난 - 매일경제
- ‘코인왕’ 김남국의 파렴치한 탈당 [핫이슈] - 매일경제
- 러시아 전투기 무더기 추락, 아군짓?…“스스로 답 내보라” - 매일경제
- “두산은 원래 이런 팀” 14년 전 앳됐던 잠실 아이돌이 이제 ‘허슬두 DNA’ 이식 집도의 - MK스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