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기고문, 알고보니 AI가 작성?…“AI 주의보”

최서은 기자 2023. 5. 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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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공지능 이미지_픽사베이

아일랜드의 한 일간지에 실린 독자 기고문이 알고 보니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글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사가 공개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AI의 기능이 고도화되고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진위 판별과 대리 작성 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DPA 통신에 따르면 아일랜드 일간 아이리시 타임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여성들의 인조 태닝 집착은 문제’라는 제목의 독자 기고문을 온라인 오피니언 면에 게시했다. 이 글은 아일랜드에서 인조 태닝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것의 문제에 대해 짚으면서, 이는 문화 유용이라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더블린 북부에 사는 에콰도르 출신의 29세 건강관리사 아드리아나 아코스타-코르테스로 소개됐고, 작성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도 함께 첨부돼 있었다.

그러나 이튿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기고문의 작성자가 실존 인물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신문사는 당일 오후 “해당 기고문은 추가 확인을 위해 삭제됐다”며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고문을 내렸다.

이후 신문사의 편집자까지 나서 공개 사과했다. 아이리시 타임스의 편집자 루아단 맥코맥은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속임수의 희생양이 됐다”며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아이리시 타임스와 독자 간 신뢰를 깨트린 것으로,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맥코맥은 “아이리시 타임스는 칼럼에서 사회 현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생각을 자극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 목요일 우리는 크게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이민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글을 보내왔고, 며칠에 걸쳐 저자는 편집 데스크와 소통하면서 편집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 개인적인 일화와 관련 연구 링크를 보내왔다”면서 “우리는 이 모든 걸 사실로 믿고 11일 오전에 기고문을 온라인에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날 해당 기고문이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해당 글을 삭제하고 현재 진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맥코맥은 “해당 글과, 함께 첨부된 사진이 부분적으로 생성형 AI 기술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우리가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은 그들이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거짓이었다”고 고백했다.

맥코맥은 이번 일이 AI 등장으로 언론계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 중 한 사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은 우리의 출판 전 과정에 공백이 있음을 보여줬다”며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AI를) 학습하고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매체에서 AI가 작성한 가짜 글을 실었다가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독일의 주간지 ‘악투엘레’는 포뮬러원(F1) 레이싱의 ‘원조 황제’ 미하엘 슈마허를 약 10년 만에 최초로 접촉한 것처럼 가짜 인터뷰 기사를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AI 논란은 글뿐만이 아니다. AI 그림들이 예술대회에 참가하거나 전시를 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 1등을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AI가 제작한 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지난 3월에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아마추어 전시전에 걸린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도 AI가 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I의 작품이 예술에 속하는지 논쟁이 일어났다.

앞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에 대한 정부의 과잉 진압 문제를 지적하면서 AI가 생성한 시위 이미지를 사용했다가 비판을 받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AI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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