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바우처' 통하니 홍보·납품 일사천리
'알루미늄 외길' 기술무장
올해 수출 목표 2000만弗
막막했던 해외 마케팅도
북미 물류대란 위기에도
수출바우처가 큰 도움 돼
첫 단추를 끼우기가 어렵듯 린노알미늄(대표 이세영)의 수출을 돌이켜보면 첫걸음이 가장 어려웠다.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첫발을 내딛기 위해 '새로워진(rinnovato)'이란 의미의 이탈리아어에서 따온 새 사명을 지었다는 이세영 대표가 소개한 린노알미늄의 첫 수출 과정은 이렇다.
린노알미늄은 1988년 공업용 용광로 분야를 시작으로, 1995년부터는 알루미늄 윈도 시스템 가공과 자동차 부품 분야로 확대했다. 이후 2003년부터는 알루미늄 압출 생산라인을 신설해 현재는 명실상부 알루미늄 전기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대표는 언젠가 도래할 전기차 시대에 대한 확신으로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 고강도 알루미늄 부품을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차근차근 쌓아갔다. 그렇게 국내 시장에서는 인지도를 높여갔지만 수출 시장에서 린노알미늄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 납품 이력은 수출 협상 무대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처음엔 린노알미늄에 대해 관심을 표하던 바이어들도 자동차 부품 납품만큼은 최종 협상 단계에서 주저하기 일쑤였다.
이 대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우회적인 방법을 고안해낸 이유다.
2015년 일본 바이어의 요청을 받아들여 편의점 세븐일레븐 간판을 제조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수출 이력이 아쉬웠던 이 대표는 1년 동안 바이어가 요구한 간판 제조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바이어와 신뢰 관계를 쌓은 뒤, 다음 단계로 까다롭고 가격 경쟁력이 낮아 기피하던 자동차 부품 시장을 공략했다. 이미 많은 수출기업이 선점한 신차 부품 대신 애프터서비스(AS) 부품으로 러버부시(Rubber bush·방진 고무로 자동차의 진동을 흡수하는 부품)를 일본 시장 공략 첫 제품으로 택했다.
이전에 수출 이력을 문제 삼던 바이어들도 일본에 러버부시를 수출한다고 하니, 일본에서 미국으로 베트남으로, 또 품목도 AS 부품에서 신차 부품으로, 러버부시에서 엔진프레임과 헤드라인으로 점점 전기차 핵심 부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5년 첫 수출에 성공하면서 단번에 100만달러 수출을 달성한 린노알미늄은 이후 수출이 비약적으로 성장 중이다. 특히 최근 3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기차 수요는 린노알미늄의 성장에도 가속도를 붙여주었다.
이 대표는 수출액이 증가할수록 수출 마케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수출 초기와 비교하면 시장 개척과 수출 오더에 자신감이 붙었지만, 늘 아쉬운 점이 해외 마케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최신 버전의 외국어 동영상이나 카탈로그를 제작해 달라진 생산 인프라와 기술 역량을 보여주고 싶은데 자금이나 인적 자원 여건이 따라주지 못했어요. 그런데 수출바우처가 우리가 원하는 수출 지원 서비스를 거의 모두 지원하는 겁니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죠."
린노알미늄은 지난해 팬데믹으로 북미 지역에 물류대란이 발생했을 때 수출바우처로 국제운송료를 지원받아 납기에 맞춰 수출 물량을 납품할 수 있었다. 현재 수출바우처를 이용해 수출입 통관 시 서류 절차가 간소화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AEO(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 인증도 추진 중이다.
수출바우처 사업은 정부 지원금과 기업 분담금으로 이루어진 바우처(온라인 포인트 형태)로 '서비스 메뉴판'에서 원하는 서비스와 서비스 지원기관(수행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해 수출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수출 마케팅 지원사업 플랫폼이다. 수출 실적에 따라 내수부터 강소+ 단계까지 총 6단계의 사업에 신청 가능하며, 지원 한도 등은 단계별로 상이하다.
또 수출두드림기업, 수출유망중소기업, 글로벌강소기업 등 기존 수출기업 지정제도를 통합 개편한 '글로벌강소기업 1000+ 프로젝트'가 올해 새롭게 신설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출바우처 일괄 발급, 시중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의 금리·보증료 우대, 연구개발(R&D) 등을 연계 지원한다.
린노알미늄이 예상하는 2023년 수출액은 2000만달러다. 개당 1~2달러이던 러버부시 수출로 시작해 수출 품목도 전기차의 메인 부품인 배터리 트레이로 확대되었고, 수출 규모도 비약적으로 성장한 만큼 목표액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는 린노알미늄, 친환경 전기자동차 수요 증가에 맞춰 신규 설비투자와 인력 양성을 통해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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