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상속분 정해놓은 '유류분' 위헌일까…17일 공개변론

헌재 공개변론…"시대변화 반영 못해" vs "사회적 논의 거쳐야"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고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분을 보장하는 민법상의 '유류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이번주 열린다.

헌재는 민법 1112~1116조, 1118조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오는 17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공개변론을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유언에 의한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해 상속인에게 일정 재산을 확보해 주는 제도다. 특정인에게 상속재산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민법에서는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으로 법정 상속액의 2분의 1을,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 위헌 확인 사건의 쟁점은 민법상 유류분제도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오늘날에도 인정되는지, 유류분 권리자와 유류분 비율을 획일적·일률적으로 정한 것이 부당한지,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은 것이 부당한지 등이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이들은 1979년 시행된 유류분제도가 시대변화, 핵가족화, 평균수명 연장, 여성지위 향상 등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정당성을 잃었다는 입장이다. 또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는 상속권에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청구인들은 "유류분제도는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배우자뿐 아니라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획일적·일률적으로 유류분 비율을 정하고 있어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류분 상실사유를 두지 않아서 패륜적인 상속인에게도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인정할 뿐 아니라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 등과 같은 공익에 부합하는 증여까지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해관계인 법무부는 시대변화에 따라 유류분제도를 수정해야 할 필요성도 있지만, 제도 개정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될 사항이란 입장이다.

법무부 측은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인정하는 동시에 피상속인 사망 후에 법정상속분의 일정비율을 확보해 유족들의 생계의 기초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하지는 않는다"며 "부양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속인도 상속재산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모씨는 사망한 아들의 배우자와 두 자녀, 즉 자기 며느리와 손자들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증여했다. 유씨가 2017년 사망하자 유씨 딸들은 이듬해 유씨 며느리와 손자들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냈다. 며느리와 손자들은 2심 재판 중인 2020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김모씨는 공익 목적의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자신의 재산을 장학재단에 유증하고 2019년 사망했다. 김씨 자녀들은 이듬해 장학재단 등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냈다. 장학재단은 2021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