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심화시대, ‘소프트웨어 기초체력 강화’에서 답을 찾다
우리의 일상은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재택근무와 영상회의, 원격협업은 대면 업무와 병행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기업은 코로나19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 협업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연식의 중요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언제든 인포테인먼트나 자율주행 SW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신차를 구입하지 않고도 최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국립항공우주국(NASA)은 화성 탐사 중인 헬리콥터의 SW 업데이트를 지구에서 원격으로 수행했다. 예상보다 험준한 화성의 지형에서 탐사에 어려움을 겪자 극한 환경에서도 정찰이 가능하도록 SW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듯 SW 세상을 변화시키고, SW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SW가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든 디지털 심화시대에 살고 있다. 우선 SW 산업 구조가 본질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SW가 기업 특성에 맞춰 구축되거나 패키지 형태로 제공되었다면 점차 온라인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As a Service)로 제공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 성장을 2021년 2490억달러에서 2026년 5370억달러로 연간 두 자릿수로 예측했다. 대략 반도체 시장과 엇비슷한 규모다.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통상환경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SW를 포함한 ICT 서비스 수출은 149억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변화는 비단 SW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 심화시대에 SW는 전 산업분야에 융합돼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금융 등 타 산업 분야 기업에도 SW 기초체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완성차 업체가 SW를 활용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거나, 투자금융회사가 IT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그룹은 2025년까지 SW 중심 자동차(SDV) 개발을 위해 18조원을 투자하고 관련 역량 개발을 주도할 글로벌 SW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BMW, 벤츠,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SW 기업과 전략적 제휴 및 투자를 통해 역량을 강화 중이다.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 따르면 2030년에는 자동차 가격에서 SW와 전자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서고, SW로 무선 업데이트 가능한 SW의 범위는 인포테인먼트에서 동력계, 에어백 등 핵심 기능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AI 혁신에도 SW 기초체력이 큰 몫을 했다. 오픈AI사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달러의 투자를 받아 챗GPT를 개발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역할은 전주(錢主)에 그치지 않았다. 오픈AI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SW 플랫폼과 엔지니어링 도움 없이도 출시 두달 만에 수억명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시간 제기되는 성능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며, 챗GPT를 다양한 SW와 결합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의 SW가 자동화를 통한 비용절감의 보조수단 이었다면 이제는 국가경제 발전 및 산업혁신을 주도하는 게임체인저가 됐다. 미래에는 SW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신기술이 사회 전 분야에서 전례 없는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SW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SW 진흥전략을 마련하였다. 특히, 앞선 사례에서 확인한 것처럼 산업 혁신의 원동력이자 전 산업 분야에서 활발한 시장재편과 경제성장을 위한 기반으로서 SW의 역할을 재정립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을 통해 우리나라 SW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담고 있다. 더 나아가 타 산업의 SW 융합을 통한 디지털 전환을 돕고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SW 진흥전략의 성공적 이행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 모범이 되는 디지털 강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hc.kim@spr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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