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K콘텐츠의 미래를 위한 무한동력, 창의·융합 인재 양성에 있다
우리는 전에 없는 K콘텐츠 글로벌 위상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세계인은 드라마부터 게임, 웹툰까지 다양한 장르 K콘텐츠에 열광하고, 세계 각국은 한국이 콘텐츠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결을 궁금해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지금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모색이다. 앞으로도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성공 사례를 끊임없이 만들기 위해서는, 새롭고,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무한히 발굴, 제작, 유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요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 인프라, 재원, 인력이다. 인력은 콘텐츠산업을 만드는 가장 기본 요소이자, 성공을 이끄는 마침표라 할 수 있다. 수준 높은 음악성과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BTS, 높은 영상미와 완성도로 83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한 ‘오징어게임’, 독특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로 세계 누적 조회 수 142억 뷰를 기록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서바이벌 장르에 도전해 240개국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각기 다른 성공 요인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들의 성공을 관통하는 한 마디는 창의적 콘텐츠 인력의 우수성이다.
다시 말해 그간 K콘텐츠 성과는 모두 한국인이 가진 창의 DNA가 중요한 에너지원이었으며, 그들의 긴 시간에 걸친 고민과 노력, 그리고 도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콘텐츠산업은 사람의 창의성이라는 무형요소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갖춘 다양한 분야와 역할의 산업 인재를 쉼 없이 양성하는 것이 콘텐츠 산업의 무한동력을 끌어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콘텐츠는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확장성을 보여왔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신기술과 융합으로 미래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콘텐츠 창의인재의 미래 콘텐츠에 대한 도전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콘텐츠산업은 39세 이하 청년종사자 비율이 전체의 78%를 차지할 만큼 매우 젊은 분야이기에, 이들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투자가 바로 청년의 도전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이러한 배경에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창의인재와 기술 융합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이어가고 있다.
콘진원의 대표적 콘텐츠 인재육성 사업은 올해 12년 차를 맞은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이다. 이 사업은 콘텐츠산업 현장의 정상급 전문가(멘토)와 창의교육생(멘티)의 1 대 1 도제식 교육을 통해 청년 인재의 창작 능력을 개발하고 산업 진출을 지원한다. 2012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1년간 멘토 1567명이 참여해 창의인재 3253명을 양성했다.
이를 통해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 안시 국제영화제 특별상을 받은 애니메이션 ‘태일이’의 홍준표 감독, 영화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한정석 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콘텐츠 인재를 배출했다. 최근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를 키워낸 사업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올해는 16개의 플랫폼기관, 206명 멘토, 400여 명의 창의인재가 스타트라인에 서 있으며, 5월 31일 발대식으로 프로그램이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콘텐츠 장르 기반의 전문 교육기관도 직접 운영한다.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원하는 게임업계의 오랜 수요를 반영해 2019년 게임인재원이 문을 열었다. 게임인재원은 콘텐츠 수출의 핵심 산업이면서도 현장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임업계에 전문인력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졸업한 1개 교육생의 취업률은 75%, 지난해 졸업한 2기 교육생은 83%가 게임업계에 취업했다. 졸업생 중 35%는 대기업과 상장사로 진출했고, 65%는 중소기업을 선택해 중소 게임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방송영상 분야로는 지난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특성화 대학원 지원사업’이 신규로 마련돼 운영되고 있다. 동국대 영상대학원,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이 교육기관으로 선정돼 총 51명 학생이 교육받았으며, OTT의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있었던 방송영상산업계에 보다 현장 경쟁력을 갖춘 인력이 배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다른 대학 기반 사업인 ‘콘텐츠원캠퍼스 구축 운영사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학 교육과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간 기술적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2018년 시작됐다. 산·학·연·관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을 통해 융복합 창의인재를 양성하며,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운영하기에 지역 콘텐츠인재 발굴에도 기여한다. 올해는 세종대, 제주한라대 등 전국 17개 학교와 함께하고 있다.
이에 더해 콘진원은 신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콘텐츠산업의 수요에 중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콘텐츠와 기술을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을 설립한다. 올해 개교를 앞두고 있는 ‘신기술 콘텐츠 융복합아카데미’는 창의성과 기술 전문성을 포괄하는 넓은 기획력과 현장 실무 역량을 동시에 갖춰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
콘진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하는 신기술 융합형 전문인력의 인재상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장단기 복합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연차별 단계에 맞는 현장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산학연 협력 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산업은 시시각각 새로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반면 ‘오징어게임’ 첫 구상 후 10년을 기다린 황동혁 감독의 사례처럼 콘텐츠 창의인재는 첫걸음부터 성공까지 오랜 기다림을 요구하기도 한다.
콘진원은 이러한 콘텐츠산업의 특성에 빈틈없이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콘텐츠 인재양성 사업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K-콘텐츠의 미래를 만들어갈 마르지 않은 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필자〉 조현래 원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 합격 후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예술, 관광, 소통 등 전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쌓은 문화행정 전문가다. 문체부에서는 콘텐츠정책국장, 관광산업정책관, 국민소통실장, 종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성대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21년 9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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