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23>SW교육 핵심은 사고력 향상
“우리 아이는 전산개발자가 될 것도 아닌데, 소프트웨어(SW) 교육을 꼭 받아야 하나요?”
2018년 중학교를 시작으로 초·중학교에 소프트웨어(SW)교육이 의무화 될 당시, 학부모들이 한 말이다. 학부모들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공부하기도 힘든데, SW까지 공부해야 하느냐고 불만이 높았다. 학생들도 왜 SW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학부모와 학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SW교육을 하는 학교도, 교사도 상당수 SW교육을 왜 해야 하는 줄 몰랐다.
SW교육이 초·중학교에 필수가 됐지만, 몇년 지나 유명무실해졌다. 수업시간 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SW교육을 왜 해야 줄 모르니, 무엇이 정상적인 SW교육인지 모른다. 코딩을 교육하자니, 적절한 교사가 없다. 블록코딩만을 하자니, 일부 학생은 다 아는 내용이어서 흥미가 없다. 그렇다고 수위를 높이자니 코딩을 처음 경험하는 학생도 있다. 교구 활용도 여러 이유로 여의치 않다.
어떤 중학생은 정보 수업 시간은 자습하는 시간이라 말한다. 어떤 학부모는 SW교육을 왜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SW교육이 학교에 의무화 되기 전 ‘국영수코’라고 불릴 만큼 중요과목으로 떠올랐던 시절이 있었다. 막상 의무화가 되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왜 SW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도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5년 SW교육이 초·중·고 학교에 확대 도입된다. 초·중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이 늘어나고, 고등학교에서는 선택에서 필수로 바뀐다. 초·중·고 학생은 왜 SW교육을 받아야 할까. 전산개발자를 위한 프로그래밍을 알려주기 위함일까. 입시과목을 공부하기도 바쁜 학생들에게 평가에도 반영되지 않는 SW교육을 굳이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SW교육은 코딩 교육이 아니다. 전산개발자 양성 교육은 더더욱 아니다. SW교육은, SW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SW사고력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 역량이다. 논리력과 창의력이 SW사고력 핵심이다. 간단하게는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나 집에서 학교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가는 길을 찾는 것부터 복잡하게는 사회·환경·경제 등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까지 SW사고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모든 분야가 SW 기반으로 이뤄진다. 첨단 분야는 물론, 인문사회 분야까지 SW를 활용해 가치를 극대화 한다. 미래 인재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논리력과 창의력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SW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SW사고력 기반으로 다양한 융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코딩을 교육하든, 인공지능(AI) 교구를 활용하든 모두 SW사고력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 13일 서울(서울교대)·부산(동서대)·대구(경북대)·광주(전남대)·대전(KAIST)·제주(제주대)·원주(연세대 미래캠)·고양(한국항공대) 등 8개 도시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전자신문, 서울교대와 지역별 거점 SW중심대학이 협력해 제9회 소프트웨어사고력올림피아드가 개최됐다. 전국에서 2000여명의 초·중학교 학생들이 참가해 논리력과 창의력을 겨뤘다.
컴퓨터로 코딩을 하는 것이 아니고, 종이에 문제 해결방법을 글이나 그림 등으로 제시한다.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누가 더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평가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문제를 풀어보는 경험만으로도,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얘기한다. 꼭 상을 받지 않아도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사고력이 한뼘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SW사고력올림피아드가 처음 시작된 배경이기도 하다.
SW사고력올림피아드는 2017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국내 유일 초·중학생 SW사고력 경진대회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지역 거점 SW중심대학 지원으로 매년 규모도 커진다. 접수비가 무료여서 초·중학생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이러한 의미 있는 대회에 정부도 힘을 보태면 좋을 듯 하다. 무엇보다 참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대회 권위를 높이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다양한 형태로 대회를 지원하는 지역 거점 SW중심대학에게도 그만큼의 혜택을 정책적으로 보존하면 좋다. SW사고력올림피아드를 통해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 초·중학생들의 창의력과 논리력이 더욱 성장하기를 바란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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