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타차 뒤집기 쇼' 고진영, 잠자던 韓여자골프 깨우다
막판 환상 벙커샷·롱버디로 동타
1차 연장 뒷심 발휘, 이민지 제압
버디 5개에 67타 '데일리 베스트'
침체의 늪 빠진 한국 자존심 세워
곧 코치와 합류, 메이저 사냥 도전
한국 여자 선수들의 세계골프 지배가 약화한 것은 2021년부터다. 그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합작 7승에 그치면서 미국에 한 시즌 최다 우승국 지위를 내줬다. 7년 만의 일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메이저 5개 대회에서도 빈손으로 돌아서 11년 만의 불명예 기록을 떠안았다.
고진영(28)이 없었다면 훨씬 더 초라할 뻔했다. 그해 고진영은 후반기에만 혼자 5승을 쓸어 담아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석권하는 뒷심을 뽐냈다.
올해 한국 군단의 막힌 혈을 뚫은 침도 역시 에이스 고진영이다. 고진영은 15일(한국 시간) 미국 뉴저지주 어퍼 몽클레어CC(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파운더스컵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은 뒤 디펜딩 챔피언 이민지(호주)와 18번 홀(파4)에서 치른 1차 연장에서 파를 지켜 이민지를 눌렀다.
3월 HSBC 월드 챔피언십 우승 뒤 약 두 달 만의 승수 추가다. 2019·2021년에 이어 이 대회만 벌써 세 번째 우승이고 LPGA 투어 통산 승수는 15승이 됐다. 우승 상금 45만 달러(약 6억 원)를 보탠 그는 통산 상금 1100만 달러를 돌파(약 1133만 4000달러)하면서 이 부문 톱 20에 진입했다.
지난해 합작 4승에 머문 한국은 올 시즌도 8개 대회에서 1승에 그친 데다 7일 끝난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는 태국과 호주에 전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충격의 국가대항전 바로 다음 주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이 트로피를 들면서 한국 군단도 반등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3라운드 3타 차 공동 2위였던 신인 유해란도 우승은 놓쳤지만 8언더파 단독 4위로 데뷔 최고 성적을 내면서 첫 승을 재촉했다.
고진영에게는 18번 홀이 약속의 홀이 됐다. 이민지 앞 조에서 1타 차로 추격전을 벌이던 고진영은 18번 홀에서 내리막 중거리 버디 퍼트를 넣어 13언더파 동타를 만들고 먼저 경기를 마쳤다. 이어 이민지가 파에 그치면서 연장전이 성사됐다. 연장에서 고진영의 두 번째 샷은 핀을 많이 지나쳐 멈췄다. 그린 경계지만 고진영보다 2~3배는 더 핀에 가까운 이민지가 더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고진영은 3퍼트가 걱정되는 거리에서 첫 퍼트를 핀에 바짝 붙여 놓았다. 이제 쫓기는 쪽은 이민지. 버디 퍼트가 홀을 너무 많이 지나쳐버렸고 파 퍼트마저 놓쳤다. 이어 고진영은 손쉽게 파 퍼트를 넣은 뒤 오랜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에게 깡총깡총 달려가 안겼다.
이민지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로 67타의 ‘데일리 베스트’를 쳤다. 벙커에 빠뜨리고도 타수를 잃지 않는 샌드 세이브 100%(3/3)가 특히 돋보였는데 그린 주변 깊은 벙커에서 그대로 들어갈 뻔한 벙커 샷으로 가볍게 파 세이브한 17번 홀(파3)이 압권이었다.
이민지는 6번 홀(파3) 더블 보기로 고진영에게 추격 당하기 시작했다. 15번 홀(파3) 버디로 고진영을 2타 차로 따돌렸으나 바로 다음 홀 보기 뒤 타수를 줄이지 못해 결국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고진영은 공동 선두로 마치게 한 18번 홀 버디에 대해 “퍼트 감이 좋았기에 스피드만 맞으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3일 동안 18번 홀에서 계속 버디를 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임성재 선수가 (14일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5타 차를 극복하고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나도 내 경기만 잘하면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집중했다”고 했다.
이제 시선은 메이저 대회로 향한다. 스윙 코치인 이시우 씨가 곧 텍사스로 날아가 메이저 코스를 공략할 맞춤 스윙 작업을 돕는다. 6월 말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7월 US 여자오픈이 타깃이다. 이 씨는 “몸이 무겁다고 했던 3라운드에 타수를 잃지 않고 넘어간 게 우승에 결정적이었다고 본다”며 “메이저 시즌에 앞서 스윙의 연결 동작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준호·서재원 기자 migue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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