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지진] ② 커지는 위험…건축물 안전·대피시설 운영 '물음표'
지진 대피소 300여곳 운영에도 안내판 미설치 또는 현황 반영 '미흡'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박영서 강태현 기자 = 올해 들어 강원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무려 36차례나 잇따르면서 피해 발생 위험성이 커지고 있으나 도내 건축물의 내진 설계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불허의 지진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방법은 예방 대책 마련과 훈련뿐이지만, 곳곳에서 빈틈을 드러내고 있어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진 나면 건물 '휘청'…건축물 10채 중 1채만 내진설계
15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강원 지역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 35만2천415동 가운데 4만754동(11.6%)만이 내진 기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 1만5천288동 중 3천217동(21%), 민간 건물 33만7천127동 중 3만7천537동(11.1%)에 내진 확보가 돼 있었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전남(9.5%), 경북(10.7%)에 이어 '뒤에서 세 번째'에 자리하고 있다.
현행 내진 설계 기준에 따르면 2층 이상 또는 전체면적 200㎡ 이상 건축물 또는 단독·공동주택의 경우 내진 성능이 있어야 한다.
다만 1988년 이후 총 세 차례에 걸쳐 내진 설계 대상이 확대되는 동안 기존 건축물에 대한 소급 적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는 내진성능을 보강한 건축 관계자의 요청 시 기존 건축물의 건폐율,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시설에서는 내진설계 기준을 준수할 의무가 없는 건축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내진 설계율은 저조한 상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내진 성능이 확보된 민간 시설에 대해 인증기관 지위를 부여하는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을 받은 건축물은 인증제 시행을 시작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도내에 단 10건뿐이다.
이마저도 모두 강원랜드 테마파크, 카지노, 호텔, 콘도 등이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신청 건수조차 없었다.
도는 2021년부터 민간 다중 이용건축물을 대상으로 지진 안전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사업비의 90%를 지원 중이지만, 지난 2년간 평가를 받은 곳은 달랑 3곳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사업비의 90%를 지원하는 내진 보강지원사업의 경우 신청이 '제로'(0) 였다.
강원연구원은 2019년 발표한 정책 메모 '한반도의 지진·해일 위험과 강원도의 대책'을 통해 세제 인센티브를 이용한 중소 건축물의 내진화 촉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내진 설계를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참여하도록 촉진하는 방식으로 내진 설계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특히 3층 이하 건축물이나 필로티 구조 건축물에 대해서는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중소 건축물의 내진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매년 9억원에 달하는 공공시설 내진 성능 평가·보강사업 예산을 15억으로 확대해 재해에 대응하고, 올해 행안부에서 민간 건축물 일부를 대상으로 내진 보강 사업비를 지원해줌에 따라 민간 건축물을 대상으로 성능 평가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만 나면 우려되는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원전 측은 현재까지 "지진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러다 크게 한번 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대피소 있으나 마나?'…일부는 안내판 없고 현황 파악 어려워
현재 도내에는 학교 운동장과 공설운동장, 공원 등 구조물 파손이나 낙하로부터 안전한 옥외 대피소를 비롯해 내진 설계가 되어 있는 건축물 등 200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진 대피소 316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동해안 6개 시·군에는 지진해일 대피지구 186곳이 있으며, 이곳에 총 12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다만 강릉 경포동에서 지정된 지진해일 대피지구는 지난 4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일부 시설이 피해를 보아 도는 다른 곳으로 대피소를 이전할 방침이다.
도에서는 현재 상·하반기 한 차례씩 대피소 안내판 등 시설물 관리 상태, 담당자 지정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사천해변 등 일부 지역에서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안내판과 대피장소와의 간격이 멀어 주민, 관광객 등이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피소와는 별개로 주거지가 파손된 이재민 등을 대상으로 집단구호를 하기 위한 시설로 내진 설계가 적용된 임시대피시설 244곳도 운영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에 대응하자는 취지로 훈련·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는 태백 365 세이프타운, 원주 119 안전 체험 마을을 비롯해 춘천·원주·강릉·정선 소방서에 비치된 안전체험차량에서 지진 체험과 대피 행동 요령 등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동해안 일대에서 지진이 연속해서 발생하면서 앞으로 한 달간 시민, 기관 등을 대상으로 지진 대응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해시에서 북동쪽으로 50㎞ 안팎 떨어진 해역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이번 지진을 비롯해 36차례(규모 2.0 미만 미소지진 포함)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가 4.5 이상인 지진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하기는 2021년 12월 14일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해역 지진(규모 4.9)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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