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미궁(迷宮)의 출구를 찾은 고진영에게 경의를!
[골프한국] 5월 15일은 세계 무대에서의 한국 골프에 매우 의미 있는 날이 될 것 같다. PGA투어와 LPGA투어 한국 남녀 선수 동반 우승이라는 희대의 사건이 일어날 뻔했다. 지구촌 최고의 골프리그에서 한국 남녀 선수들이 우승 경쟁을 벌여 LPGA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대회에선 고진영이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컵을 품었고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선 김시우가 제이슨 데이와 우승 경쟁 끝에 1타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임성재는 메인 스폰서인 우리금융이 주최하는 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챔피언십에 출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 차이를 극복하고 역전 우승해 세계랭킹 18위의 위상을 증명했다.
특히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몽클레어CC에서 열린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펼친 고진영의 대추격전은 도화선의 불꽃처럼 화려했다.
첫날 4언더파 공동 3위로 기분 좋게 출발한 고진영은 2라운드에서 4타를 더 줄여 공동선두까지 올랐으나 3라운드에서 이븐파에 그쳐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단독 선두 호주교포 이민지에 4타 뒤진 상태였다.
이민지의 안정된 플레이로 고진영의 추격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고진영은 특유의 저력을 발휘하며 도화선의 불을 살려 나갔다.
3~4번 홀 연속 버디로 스퍼트를 올린 고진영은 7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이민지는 6번 홀에서 더블보기로 흔들렸다. 고진영은 12번 홀에서 버디를 보태며 2위까지 추격했다. 이민지는 11~12번 홀에 이어 15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고진영과 2타 차 선두를 유지하다 16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고진영과는 1타 차로 좁혀졌다. 기회를 잡은 고진영은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이민지와 동타가 됐다.
마지막 홀에서 이민지가 버디 기회를 놓치며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고진영은 긴 퍼트를 홀에 붙여 무난히 파를 했고 이민지는 짧은 거리 버디퍼트가 홀을 멀리 지나치면서 파 퍼트에도 실패, 고진영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이민지로선 연장전 첫 홀에서의 3펏이 결정적 패인이 되었다.
2019·2021년 연속 우승했던 고진영은 2년 만에 타이틀을 되찾으며 이 대회에서만 3승을 쌓았다. 올 시즌 들어 지난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2개월 만의 우승이다. 2017년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투어에 뛰어든 이후 통산 15승째다.
고진영이 대추격 도화선의 불꽃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한국 여자선수들이 좀처럼 부진의 미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1승이라도 올린 자신이 출구를 열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한 승부욕을 촉발시키지 않았을까.
올 시즌 들어 현재까지 치른 10개 대회에서 이제 겨우 1승을 거두었다. 지난 4~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TPC 하딩파크에서 열린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한화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에선 전 대회 우승팀인 한국은 조별리그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태국이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선수들이 '이래선 안 되겠다'는 자극을 받았을 것은 당연하다. 특히 한국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3위인 고진영으로선 미궁의 출구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을 것이다. 고진영의 간절함이 우리 선수들 모두에게 퍼졌으면 싶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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