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왜 식수·농업용수로 안쓰냐?…英석학의 답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81)는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원자력학회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제 앞에 (바닷물로)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오염수 1ℓ가 있어도 바로 마실 수 있다"고 밝혔다.
앨리슨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주제로 발언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40년간 방사선·핵물리학 분야를 연구해 온 그는 2009년 저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를 통해 방사선과 원자력에 대한 오해를 대중에게 알렸던 인물이다.
앨리슨 교수는 "제가 후쿠시마 오염수 1ℓ 를 마시더라도 방사선 수치는 자연적 수준 대비 80% 정도만 올라간다"며 "오염수에 포함된 트리튬(Tritium·삼중수소)은 몸 안에서 물과 함께 씻겨나갈 것이며 12~14일 정도면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말했다.
다만 객관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아 일본 측 주장을 일방 전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는 발언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 60여종을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정화했다는 일본 측 주장에 힘을 싣기 때문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내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만들어진 오염수가 약 133만톤(t)이 차 있다. ALPS로 대다수 핵종이 제거되는데 삼중수소는 제거되지 않지만, 바닷물로 희석하면 방사선 피폭량은 무시할 수준이라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다.
앨리슨 교수는 이날 '일본 정부 주장대로 안전하다면 식수·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해양 방류가 가장 쉬운 방법이고 비용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미 안전한 것을 조금 더 안전하게 하려는 노력을 두고 사람들은 오히려 '안전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한국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일본 정부에 요구해야 할 정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삼중수소를 제외하고 물 안에 다른 오염 물질은 없는지 봐야 할 것"이라며 "삼중수소도 해로움이 없지만, 그것 말고 다른 스트론튬과 세슘 등이 필터링(여과)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23~24일을 포함한 3박4일간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전문가 시찰단을 파견해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과정과 방류 계획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1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IAEA(국제원자력기구) 검증단은 오염수 방류 영향을 평가 중이지만, 별도 시찰에 나서는 것이다.
앨리슨 교수는 '일본 정부가 과학적으로 오염수 검증을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ALPS를 거쳐 원전 내부에 저장된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전하다"며 "물이 큰 바다에 방류되고 희석되기 때문에 우리 생명에는 전혀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일본 정부가 ALPS 성능을 조작한 경우가 있어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국제정치학적으로 신뢰를 하지 못할 때 과학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신뢰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한국이 질문해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희석하지 않고 마실 수 있다는 게 맞냐'고 입장을 재확인하자 "1ℓ는 충분히 마실 수 있다"며 "과학적인 근거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전 세계에 원자력이 활용되는 시점에 저희 손주들도 살고 있다"며 "오늘 이야기는 제가 가진 소신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자력의 가치에 대해선 "100m 높이 댐에 있는 1000만t 물이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핵연료는 1㎏만 있어도 만들 수 있다"며 "풍력이나 태양열은 간헐성 때문에 이용률이 20~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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