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 사령관 표시였나, 젤렌스키 티셔츠 ‘삼지창 로고’ 정체
2000년동안 우크라 역사의 상징으로 사랑받아
소련 붕괴후 정부 출범하면서 국가 상징으로 채택
러시아에 대해 대반격을 선언하고 이달 들어서만 유럽 일곱 나라를 순방하며 본격적인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의 대외일정이 잦아지면서 옷차림에 담긴 메시지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통상 소매없는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대중 앞에서 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 침공으로 벌어진 전쟁 중에 있으며, 자신이 군을 지휘하는 최고 야전사령관의 위치임을 알리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요 국가원수들과 회동할 때 입는 흰색 문양이 그려진 검은색과 쑥색 셔츠는 그를 상징하는 옷차림이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3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을 때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작년 12월)과 만났을 때도 이 문양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나왔다. 이 문양의 이름은 삼지창(三枝槍)이라는 뜻의 ‘트리주브’다. 세계가 땅·천체·영혼으로 분리돼있는 동시에 공기·물·흙의 세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기1세기부터 우크라이나 역사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10~12세기에 왕조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됐다.
이 시기 동전, 벽돌, 각종 기구와 벽화에서 트리주브 문양이 발견됐다. 특히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비잔틴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문화융성기를 이룬 봉건국가 키이우 루시의 볼로디미르 대공 치세(980~1015)를 전후한 시기에는 통치권력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이 당시 발행한 동전을 보면 앞면에는 트라이줍 문양이 새겨져있고, 뒷면에는 볼로디미르 대공의 초상화가 그려져있었다. 우크라이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오면서 이 나라 사람들은 트리주브에 저마다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삼위일체의 상징으로 인식하는가 하면, 활과 화살을 합친 무예의 트레이드마크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매의 날개, 또는 배의 닻을 형상화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저마다 달리 해석했지만, 오랜 세월 우크라이나 역사와 함께 한 상징물로 인식됐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명실상부한 독립국가로 새출발한 우크라이나는 국가 상징으로 역시 트리주브를 채택했다. 1992년 우크라이나 의회는 푸른 방패 문양의 바탕에 금색의 트리주브를 그려넣은 소국장(The Small State Emblem of Ukraine)을 국가 대표 상징으로 채택했고, 1996년 우크라이나 헌법은 이를 명문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옷차림이 화제가 되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빈번해졌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삼지창 티셔츠’라는 이름으로 검은 무늬에 우크라이나 국기색에 맞춰 트리주브 로고를 찍은 반팔 셔츠가 16달러 99센트에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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