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쓴 기사인지 몰랐다”…고개 숙인 아일랜드 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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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희도 속았습니다".
아일랜드에서 독자 기고문 때문에 신문사가 공개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시 타임스'는 관련 의혹이 퍼지자, 문제의 기고문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기고문은 '아일랜드 여성들의 인조 태닝에 대한 집착은 문제가 있다'는 제목의 글로 온라인판에 11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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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 타임스 "우리도 속았다" 사과
"AI등장에 따른 언론계 직면한 문제"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희도 속았습니다”.
아일랜드에서 독자 기고문 때문에 신문사가 공개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고자 정보와 기고글 모두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시 타임스’는 관련 의혹이 퍼지자, 문제의 기고문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기고문은 ‘아일랜드 여성들의 인조 태닝에 대한 집착은 문제가 있다’는 제목의 글로 온라인판에 11일 게재됐다. 기고자는 아드리아나 아코스타 코르테즈라는 이름의 29세 여성으로 소개됐다. 프로필 사진과 함께 더블린 북부에 거주하는 에콰도르 출신의 건강관리사라는 상세정보도 같이 실렸다.
기고문은 아일랜드를 비롯한 서구권에서 인조 태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백인 중심의 서구사회가 유색인종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소수문화를 ‘도용’하는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를 행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이 기고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해당 신문사의 ‘많이 본 기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일각에서 기고문 작성자가 실존인물인지 의심된다는 의혹이 나왔다.
가디언이 기고자 측과 접촉해 취재한 결과, 기고자는 AI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주동자는 아일랜드 출신의 대학생으로 2021년 2월 개설한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코르테즈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기고글은 오픈AI의 AI챗봇인 ‘챗GPT(ChatGPT)’를 통해 작성됐으며, 프로필 사진은 텍스트를 토대로 이미지를 만드는 ‘달리2(DALL·E2)’를 이용해 제작됐다.
이어 가짜 기고글을 작성한 동기를 묻자,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에 대한 논쟁을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정체성 정치란, 인종 ·성 ·종교·계급 등 여러 기준으로 분화된 집단이 각 집단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주력하는 정치를 뜻한다. 그는 나아가 “한때 존경받던 신문사가 클릭수와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분열을 조장하는 쓰레기로 타락한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사는 문제의 기고문을 삭제한 뒤 “독자들의 신뢰를 깨뜨렸다”며 공식 사과했다. 루아단 맥코맥 아이리시 타임스 편집국장은 “문제의 저자는 편집 데스크와 며칠에 걸쳐 소통하면서 편집방향에 대해 제안했고, 개인적 일화와 관련한 연구 링크를 보내왔다”며 “우리는 이 모든 걸 사실로 믿고 11일 오전에 기고문을 온라인에 게시했다”고 사건이 일어난 경위를 설명했다.
맥코맥은 “해당 기고글과 첨부된 사진 모두 생성형 AI 기술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우리는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사기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일이 AI 등장으로 언론계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 중 한 사례를 보여준다"며 “AI 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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