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기초학력 성적 공개되나…서울시의장 조례 직권공포(종합2보)
법령 논란에 김현기 의장 "기초학력 보장은 자치사무…강행규정 아냐"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김준태 기자 서혜림 =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교육청과 갈등을 빚어온 '서울시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15일 공포했다.
이 조례는 서울 초·중·고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학교별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의회 서울교육학력향상특별위원회는 2월 14일 이 조례를 제안했다. 특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습 결손이 커졌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이런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해당 조례는 3월 10일 과반인 국민의힘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4월 3일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시 교육청은 "기초학력 보장에 관한 사무는 기초학력 보장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한 국가사무이며 기관 위임사무"라며 "법령에서 조례에 위임하는 사항이 없어 제정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또 조례 제7조에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 특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 교육청의 반발에도 조례는 이달 3일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재의결됐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소송 절차로 맞섰다.
시 교육청은 이달 9일 이 조례를 대상으로 대법원에 직접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상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면 대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시의회는 더는 미룰 수 없다면서 조례 공포와 즉각 시행에 나섰다.
시의회는 "지방자치법상 재의결한 조례를 교육청으로 이송하면 교육감은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하고, 교육감이 5일 이내에 공포하지 않으면 지방의회 의장이 조례를 공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에 직권 공포한 이유를 설명했다.
조례 부칙에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돼 조례는 즉각 효력이 생긴다.
시 교육청은 이번주 또는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대법원 제소와 함께 효력정지 신청도 함께 낼 계획이다.
대법원에서 효력 정지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조례안은 효력이 정지된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날 오전 시의회 본관 정문에서 공포식을 열고 "아이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한 상황에서 교육 정상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매진해왔다"며 "(그 일환으로) 특위를 운영하면서 기초학력 평가 시스템과 지원조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례가 위법이라는 시 교육청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령을 준수하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재의결된 조례"라면서 "기초학력 보장 업무는 명백한 자치사무이고 학교별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는 법령 위반과 무관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장은 또 "일부 조례가 '줄 세우기'라는 지적이 있지만, 학교장이 원하면 공개하는 것이지 강행규정은 아니다"라며 "학부모 대다수는 자녀의 학력을 알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기준은 "국민의힘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선거의 결과"라고 말했다.
최소한의 기초학력은 자치단체에서 관장할 수 있고, 당사자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라 현장 판단에 따르는 임의규정 성격이라는 취지다.
기초학력 평가 시스템 구축은 하반기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평가는 하반기부터 이뤄진다.
김 의장은 "서울만의 특별한 평가 도구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예산 30억원을 확보했다"며 "문해력과 수리력을 위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례안이 의장 직권으로 공포되자 진보 시민단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날 "성적 공개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은 이미 이명박 정권 시절 전국 일제고사 실시로 확인이 됐다"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실패를 인정하고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폐지, 이후 표집(3%)으로 전환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 위기 학급 급증으로 교육활동의 어려움은 더해가고 있다. 스승의 의미를 돌아보는 스승의 날에 꼭 이 조례를 공포해야 했는지 개탄스럽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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