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문제 설명해주고, 눈 떼면 “집중하세요”···‘AI 교과서’ 도입된 교실의 미래는

남지원 기자 2023. 5. 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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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경남 창원 남정초등학교 5학년 4반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해 태양계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저희는 태양계의 구성원 중 수성을 조사했습니다. 수성의 표면에는 운석의 충돌로 생긴 크레이터가 잘 보존돼 있고 달과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지난 11일 오후 경남 창원 남정초등학교 5학년 4반 과학 수업 시간. 모둠별로 모여 앉은 학생들은 종이 교과서를 보고 공책에 필기하는 대신 태블릿PC와 노트북 컴퓨터가 결합한 형태의 스마트기기 ‘아이북’을 하나씩 책상에 펼쳐놓고 있었다.

교사가 경남도교육청의 인공지능(AI) 기반 교육지원 플랫폼 ‘아이톡톡’에 탑재된 디지털 교과서로 태양계에 관해 설명한 뒤 학생들에게 모둠별로 태양계 행성을 조사해보라고 주문했다. 별도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교실 공용 화면에 학생들이 만든 발표 자료가 공유됐다.

5학년 4반 학생들이 경남도교육청의 교육용 스마트기기 ‘아이북’을 활용해 발표자료를 만들고 있다.

발표를 마친 학생들은 교사가 출제한 간단한 퀴즈를 풀고,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 풀이를 하는 과정을 교사용 플랫폼에서 지켜보면서 피드백을 한다. 학생의 기기에는 개인별로 틀린 문제에 따라 각각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자료와 추천 문제가 자동으로 제공된다. 문제 풀이 시간에 학생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면 화난 표정의 로봇 캐릭터와 함께 ‘학습에 집중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남정초 5학년 황금빛양(11)은 “어느 부분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아이톡톡이 추천해주는 점이 좋다”며 “문제를 안 풀면 ‘집중하세요’라고 깜박거리는 것이 꼭 선생님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교과에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AI를 활용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수업을 하고 침체한 교실을 되살리자는 취지다. 정부 차원의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아직 준비 단계지만, 이미 일선 교실에서는 초기 단계의 AI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앞서가는 곳은 경남도교육청이다. 2021년부터 네이버 등과 협업해 개발한 아이톡톡을 이미 도내 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미래연구원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모든 교육과정과 성취기준, 검인정 교과서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생이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도 수집해 수업모델 개발과 학습분석 등에 활용한다. 현재 플랫폼이 수집하는 학습 관련 데이터는 매주 평균 100만건에 달한다.

한 학생이 아이북을 활용해 수업 소감을 작성하고 있다. 작성한 소감은 자동으로 교사용 시스템을 통해 공유된다.

경남교육청은 “아직은 학생의 문제 풀이 결과에 따라 각각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자료와 추천 문제가 자동으로 제공되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앞으로 데이터가 더 쌓이면 특정 학생이 어떤 성취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지 등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특정 학생이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하면 AI가 학생의 문제 풀이 패턴을 분석해 ‘계산은 할 수 있지만 문제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국어교과의 문해력 관련 학습주제를 추천하는 식이다.

정인수 미래교육원 교육연구관은 “민간기업이 개발하는 플랫폼은 주요 과목에만 집중하지만 우리 교육청은 전인적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모든 교과목과 사회·정서적인 면까지 분석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서울시·제주도교육청과 데이터를 공동 연구·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AI 플랫폼이 교실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교사의 역학은 더 중요해진다.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진도와 데이터를 관리하고 스마트기기 사용법을 알려줘야 한다. 자기 주도적 학습의 비중이 높고 쉽게 ‘딴짓’이 가능한 스마트기기 기반 수업의 특성상 학급당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오히려 학습 격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아이들 25명이 기기를 켜고 수업을 준비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많이 드는 상황이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하는데 정부가 반대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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