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꺾은 조성환 감독의 작지만 큰 변화, 인천의 반등을 부를까
이번 시즌 가장 많은 관중이 몰린 홈경기였지만 또 승리를 챙기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작지만 큰 변화는 있었다. 그동안 한가지 틀에만 집중해왔던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처음으로 전술에 소폭 수정을 가했고, 나름대로의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인천은 지난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3라운드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은 강등권인 10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1만5738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번 시즌 인천의 홈 최다 관중 기록이다. 원정 응원석을 거의 가득 채운 전북 팬들의 공도 컸지만, 구단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인천 팬들의 응원 열기는 확실히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성적 부진에 대한 성토를 이어가는 목소리 또한 있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별 뿐이다’, ‘변하지 않는 성적과 고집’ 등 날카로운 비판이 담긴 걸개가 내걸렸다.
이는 인천의 부진을 꼬집는 것도 있지만, 조 감독의 전술적 고집에 대한 지적이기도 했다. 조 감독은 이번 시즌 줄기차게 3-4-3 포메이션을 쓰며 중원에 신진호와 이명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리그 최정상급 미드필더인 둘의 조합은 많은 팬들로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상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명주와 신진호는 모두 인천의 빌드업의 시작점이면서 동시에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인천의 스리백은 델브리지를 제외하면 냉정하게 빌드업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둘 중 한 명이 좀 더 아래로 내려가 볼을 받아야 했는데, 그러면 남은 한 명에게 상대 선수들이 견제를 가해 원활한 볼 공급을 하지 못하게 했다.
조 감독은 전북전에서 기존의 3-4-3 대신 3-5-2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명주, 신진호의 중원에 문지환이라는 또 한 명의 자원을 추가해 미드필더 3명을 배치했다. 이렇게 되면서 인천은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됐고, 이전보다는 좀 더 나은 경기 운영을 했다. 슈팅 9번에 유효 슈팅이 7번이나 됐다. 찬스를 못 살려 골을 넣지 못했지만, 대신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이전보다는 안정적이 됐다.
작은 변화로 큰 가능성을 본 조 감독은 경기 후 그동안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조 감독은 “3명의 미드필더로 치른 첫 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볼 소유를 보였다”며 “지금의 좋지 않은 순위와 경기 내용에는 전적으로 감독의 실수와 패착이 있었다. 이제부터는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은 여전히 괜찮은 전력을 갖고 있고, 경기도 많이 남았다. 인천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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