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불안에 美 소상공인들 ‘높아진 대출문턱’ 체감 중

지난 3월 촉발된 미국 은행권 불안에 미국 소상공인들이 이미 좁아지는 대출 문을 체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은행권 불안으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줄일 경우 사업체들의 성장·투자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WP에 따르면, 뉴욕에서 보육원을 운영하는 재나 로드리게스는 사업 확장을 위해 200만∼400만달러(약 26억8000만∼53억6000만원) 규모 은행권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승인받지 못한 상태다.

중간 규모 은행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보육업체에 대해 대출을 꺼리는 데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은행권 불안이 고조된 뒤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다는 것이다. 은행권 불안은 한동안 잦아드는 듯했지만, 지난 1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에 인수되면서 다시 커졌다.

로드리게스는 대출을 못 받아 확장을 못 할 경우 사업을 접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면서 “지난 2020년에도 걱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큰 걱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지아주 덜루스에서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스티븐 마틴은 은행들이 신생 업체에는 대출을 잘해주지 않아 지난 2019년 창업 후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은행들이 최근에는 신용한도와 소득 부족 등을 이유로 2만∼5만달러 대출 승인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20명가량의 직원을 고용 중인 그는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대출이 되지 않을 경우 사업 전망이 어둡다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19일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 따르면 대출 기준이 엄격해지고 유동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스턴 지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클리블랜드에서는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심사 강화로 자동차 판매가 영향을 받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WP는 은행권 불안이 경제 전반에 미칠 여파에 대해 연준 관계자들이 아직 제대로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