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던 김환기를 만나다

서지혜 기자 2023. 5. 15. 15: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호암미술관 '한 점 하늘 김환기전'으로 18일 재개관
132억 점화 대작 '우주' 부터
달항아리 초기작 등 120점 선봬
50년대 스케치북도 최초 공개
김환기 40년 예술세계 재조명
호암미술관이 역대 최대규모의 김환기 개인전 ‘한 점 하늘 김환기’전을 연다. 사진은 전시 전경. 사진제공=호암미술관
[서울경제]

한국의 피카소.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미술계에서 그는 한국 근대 회화의 추상적 방향을 제시한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며, 시장에서는 ‘132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미술품 경매가 기록을 갖고 있는 ‘블루칩’ 작가로 회자된다.

하지만 김환기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무엇보다 ‘김환기’ 자신이다. 3000여 점의 그림을 그린 다작 작가 임에도 여전히 다수 작품이 미공개 상태이며, 1970년 대에 작고했음에도 일부 작품은 제작 연도조차 확실치 않다. 역사적 가치만큼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리모델링을 이유로 1년 반 가량 문을 닫았다 재개관 하는 호암미술관이 김환기의 40년 예술세계를 다시 살펴보는 ‘한 점 하늘 김환기전’을 개최한다. 회화와 드로잉, 신문지작업, 조각, 스케치북 등 약 1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일 뿐 아니라 그간 도판으로만 확인되던 작가의 초기작과 미공개작, 드로잉을 최초로 선보이며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김환기를 대중에 공개해 미술사적 의미를 더한다.

1950년대: ‘달’에 이끌린 작가···'달항아리'를 그리다
달과 나무 (1948). 사진제공=환기재단·환기미술관
여인들과 항아리(1960). 사진=서지혜 기자.

호암미술관 2층에 꾸며진 1부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 김환기의 작업을 소개한다. 전시실의 첫 번째 그림은 ‘달과 나무(1948)’인데 이는 사실상 1부 전시의 상징과 같다. 흰 바탕에 북청에 가까운 단색, 원형으로만 이뤄진 작품은 ‘미친듯’ 달항아리에만 집착하던 김환기의 초기 작품 세계 서막을 알린다. 미술관은 1부 전시실의 첫 번째 공간 벽을 작가가 즐겨 사용한 북청색으로 꾸며 푸른밤 달항아리를 즐기던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람객이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밖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지정문화재 ‘론도(1938)', 시간을 초월한 자연과 예술의 영원성을 표현한 ‘영원의 노래’, 유일한 벽화대작 ‘여인들과 항아리(1960)’ 등을 1부에서 볼 수 있다. 미술관 측은 “‘여인들과 항아리’는 그간 제작 연도가 알려지지 않은 채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었으나 이번 전시를 준비하던 중 유가족의 수첩에서 1959년 12월께부터 1960년 1월 중 제작이 완성 됐다는 흔적을 발견했다”며 "수첩에는 1월 25일에 작품을 완성했다는 기록 뿐 아니라 대작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괴로움, 초조함 등 복잡한 심경도 두루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미술은 하나의 질서다···점화가 성공할 것
북서풍 30-VIII-65 (1965), 사진제공=환기재단·환기미술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사진제공=환기재단·환기미술관

2부에서는 작가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후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뉴욕에서 한국적이면서도 국제무대에서도 통용될 만한 새로운 추상 작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미술관은 전시장 곳곳에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설명 대신 작품에 대한 김환기의 기록을 소개하는데, 1965년 들어 그는 ‘점화가 성공할 것 같다, 미술은 하나의 질서다’고 말하며 점화 세계에 완전히 정착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전시는 그가 처음 점화를 알린 ‘북서풍(1965년)’에서는 선과 면 속에 점이 일부 존재하지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하늘과 땅’ 등에서는 작품 전체를 점으로 꾸미며 점으로 선과 면을 구성하는 담대한 면모를 모인다. 2부에서는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가장 높은 값인 132억 원을 기록한 푸른 점화 대작 ‘우주(1971년)’도 만나볼 수 있다.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거다

이번 회고전은 그간 어떤 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초기작 뿐 아니라 1950년대 스케치북과 70년대 점화 등이 소장가들의 협조로 최초로 선보인다. 또한 작가의 유족이 수십 년간 간직한 유품과 자료도 일반에 공개된다. 작가는 미술을 ‘철학’이나 ‘미학’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을 거부했다. 미술은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자연의 일부로 있는 것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물 네 살 청년 김환기의 사진, 작가가 애장한 소장품과 기고문 등이 정리된 스크랩북 등을 통해 한국 미술사에서 큰 의미를 갖지만 여전히 연구가 미흡한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