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잠수팀으로 왔던 美교수, 바다 속 74일 생활 ‘최장 기록’

이가영 기자 2023. 5. 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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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바다 속 캡슐서 창밖 내다보는 조셉 디투리. /로이터 연합뉴스

깊이 약 9m의 바다 속 비좁은 캡슐에서 수압 조절 없이 74일을 버틴 미국 교수가 최장 수중 생활 기록을 세웠다. 그는 한국과도 짧은 인연이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미국 잠수팀으로 잠시 한국을 찾았지만, 계약 조건 등의 갈등으로 이내 철수했다.

14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잠수 전문가이자 대학 부교수인 조셉 디투리는 플로리다주 해양 공원의 수심 30피트(약 9.1m) 깊이에 잠긴 캡슐에서 74일째 거주 중이다. 잠수함과 달리 그는 수압 조절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해수면의 압력은 1기압이며 10m 깊이로 들어갔을 경우 2기압으로 증가한다. 수심이 깊을수록 압력은 증가하고 공기의 부피는 감소하기에 감압 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 잠수병에 걸릴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2014년 테네시 대학 교수 2명은 감압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73일 2시간 34분을 버텼다. 이를 뛰어넘은 디투리는 최장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프로젝트 넵튠 100′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에 맞게 100일이 되는 6월 9일까지 바다 속 캡슐에 머무를 예정이다.

‘닥터 딥씨(해저 박사)’라는 별명을 가진 디투리는 9㎡(2.7평)의 원룸형 캡슐에서 지내고 있다. 침대, 변기, 책상 등을 갖췄고 바닷 속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달렸다. 디투리는 전자레인지를 활용해 연어와 달걀로 만든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고, 매일 팔굽혀펴기 운동과 한 시간씩 낮잠을 자면서 건강을 챙기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바다 속 캡슐에서 창문을 통해 인사하는 조셉 디투리. /AP 연합뉴스

디투리는 미 해군 장교 출신으로, 사우스플로리다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이곳에서 부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극심한 압력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실험체가 됐다. 그는 캡슐 안에서 250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하고, 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외부와 소통해왔다.

디투리는 2014년 세월호 실종자 구조를 위한 미국 잠수팀으로 한국을 찾았던 경험이 있다. 디투리는 다만 별다른 활약은 하지 못한 채 입수 한 번 없이 철수했다. 당시 미국 잠수팀은 1인당 일당 30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약을 맺고 한국으로 왔는데, 이는 국내 민간 잠수사들의 하루 일당 98만원에 비해 30배가 넘는 거액이었다. 문제는 미국 잠수팀의 대행사가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민간 자문위원에게 이러한 계약서를 전달했을 뿐, 정작 해경이나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계약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2014년 세월호 미국 구조팀으로 한국을 찾았던 조셉 디투리. /JTBC

디투리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저희는 이번 잠수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 한국으로 날아왔지만, 한국 구조당국은 다이빙을 하기 전엔 어떠한 활동비도 못 주겠다고 했다”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후 계약서를 전달받았던 범대본 자문위원이 자비로 3만 달러를 지급했지만, 바지선 철수 등 구조방식을 놓고 논쟁을 벌이던 미국 구조팀은 바다에 한 번 들어가지도 못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이 사실은 2020년 예비역 대위 이근씨가 미국 구조팀을 꾸려 세월호 민간 잠수부에 지원했던 일화를 공개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한편 디투리는 AP통신에 “바다 밑에서 사는 것이 좋지만 정말 그리운 것이 하나 있다”며 “제 삶에서 중요한 요소였던 일출을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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