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거부권 건의 환영, 면허 취소법 빠진 건 유감" 의료연대 입장은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한 데 대해 이 법안을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 등 13보건복지의료연대가 "당정 협의 결과를 환영한다"며 공식 입장을 냈다.
이 연대 및 의협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공식 입장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폭주의 결과인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거부권 건의 대상에서 의료인 면허 취소법이 빠진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간호법만큼이나 국민건강 수호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의료인 면허박탈법에 대한 언급이 없는 건 유감으로, 이 또한 대통령실의 정의로운 결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간호법안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열고 "오늘 국무위원으로서 윤석열 대통령께 내일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를 건의할 계획임을 보고드렸다"고 밝혔다.
다음은 간호법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에 대한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및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문 전문이다.
간호법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에 대한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및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입장문
지난 1년여의 기간 동안 대한민국 보건의료계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쟁 도구로 악용돼 온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으로 인해 극심한 대립과 혼란을 겪어왔다. 이러한 대립과 혼란은 국민 건강을 위해 원팀이 되어야 할 보건의료계의 단합을 저해해 의료 현장을 위기로 몰아넣어 왔다. 따라서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국회와 정부는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으로 인해 촉발된 위중한 갈등을 신속히 봉합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이에 정부와 여당에서는 두 법안의 본회의 통과 이전에 중재안을 마련하여 갈등을 봉합하려고 노력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마지막 협치의 기회였던 중재안마저도 거부하면서 입법 독재를 자행했다.
최초 간호법의 입법 취지였던 의료기관 내 간호사 처우 개선 조항이 여당의 중재안에 포함됐음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간호협회 등은 간호법은 부모 돌봄을 위해 필요하다는 법안 내용에 실체도 없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중재안 수용을 거부했다. 간호법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이 아니며, 지역사회 돌봄 사업을 독식하려는 기득권 간호사 그룹의 의료 정치 쟁점화의 산물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입법의 정당성마저 없음이 드러난 간호법에 대해서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는 공정하고 상식적이라 할 것이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의 경우, 법안 제정의 부당성이 국회에서 본회의 표결 결과를 통해서도 인정됐다. 표결 당시 법안 강행 추진에 항의하며 퇴장해 여당 국회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면허박탈법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국회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압도적 찬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다르게 표결 결과에서 기권이 무려 22표나 나왔고, 반대도 1표가 나왔다. 이는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여당도 표결에 참여했다면, 충분히 부결을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결국 국회의원 스스로도 불순한 제정 의도와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성 등으로 인해 이 법이 제정돼서는 안 되는 악법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법안 제정의 정당성이 국회에서 부정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간호법과 아울러 의료인 면허박탈법이 패키지로 졸속 상정된 만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대상에 포함돼야 함이 마땅하다.
그 때문에 이번 당정 협의에서 의료인 면허박탈법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사들이 중범죄나 성범죄를 저질러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면허박탈법을 발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정부와 여당이 중범죄, 성범죄, 의료 관련 범죄의 금고형 이상일 경우에 한해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자는 중재안을 제안했을 때는 합리적 이유도 없이 수용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면허박탈법 발의 목적은 면허취소 가능성을 높여 다양한 의료인들의 직업 안정성을 약화함으로써, 정치가 의료를 마음껏 주물러 위협할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발적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만으로도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의료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장 덜 위험한 분야를 선택하고 매 순간 방어적인 행동양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필수의료 분야 기피를 시작으로 하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시켜 걷잡을 수 없는 국민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간호법과 면허박탈법 강행 추진으로 인해 촉발되었던 보건의료계의 혼란을 수습하고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한 여당과 정부의 노고를 주의 깊게 지켜봤기에,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대통령께 건의하기로 한 당정 협의 결과에 환영과 안도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당정 협의에서 간호법과 또 다른 차원의 보건의료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촉발할 의료인 면허박탈법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의료인 면허박탈법의 위헌성과 부당성을 이미 국회와 정부가 적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안정적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최종적으로 대통령 재의요구권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정 협의 결과나 대통령실의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이 최종적으로 폐기되는 그날까지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우리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공조해 악법을 추진하는 불온한 시도를 감시하고, 보건의료계의 화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부당한 압박에 강력히 대응해 수준 높은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을 굳건히 지켜낼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23년 5월 15일
13개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대한의사협회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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