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볼모" 발언에 '뿔'난 전북 지역 간호사들

'간호법' 고위당정협의회 이후 정치권 갈등 확대
간협 "국민 볼모 표현 모욕적 발언" 분노

전북대학교 간호대학 대학원 학생회 등이 15일 전북대 간호대학 나이팅게일 홀에 모여 간호법 공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간호법을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라 규정하고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했다.

이에 전북 지역 간호사들은 "코로나 속에서도 현장을 지킨 간호사들에 대한 모욕이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갈등 확대…본래 취지 어디 갔나

간호법이 정치권 갈등으로 확대됐다. 직무 간의 이해충돌은 이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정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 두번째), 윤재옥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9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부와 여당은 지난 14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간호법에 대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데 당정이 공감했다"며 "간호법안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건의하기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간호사들에게 간호법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라는 누명을 씌운 행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고 분노했다.

또 "62만 간호인의 총궐기를 통해 치욕적인 누명을 바로 잡고 발언 책임자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협은 "간호법은 국회법에 따라 2년간 4차례 법안심사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심의 의결됐다"며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허위 사실을 나열해 가며 거부권 건의를 공식 발표했다"고도 비판했다.

"의료체계 붕괴"vs"일본‧미국 사례볼 것" 대립

정부‧여당 등은 현행 의료체계에서 간호사만을 위한 법을 분리할 경우 의료현장에서 직역 간 신뢰와 협업이 어려워져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간호법안을 두고 '의료체계 붕괴법'이라고 규정하고, 외국은 모두 의료-간호 단일체를 유지하고 있으며 의료와 간호가 분리된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당정은 간호법안에 대해 간호조무사의 학력은 차별하고 간호사만을 위한 이기주의법으로 다른 직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규정했다.

반면, 간호협회 측은 미국의 간호법과 일본의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는 근본 원인은 법률로 의사에게 의료를 독점해 놓은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전북‧원광대 등 잇따라 성명 발표…"62만 간호인의 총궐기로 단죄할 것"

지난 14일 정부와 여당의 대통령 거부권 건의를 두고 지역에서도 연이어 성명을 발표했다.

전북대학교 간호대학 교수회와 대학생 등 300여명은 15일 전북대 간호대학 나이팅게일 홀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은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합의로 출발한 법"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재난 상황에서 의료 현장을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간호사들에게 '간호법은 입법독주법'이라는 누명을 씌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간호법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 계급을 고착한다는 비판에 대해 "간호법에서 규정하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은 보건복지부가 2012년에 신설한 것"이라며 "간호법 탓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북 간호협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학별로 진행된 오늘(15) 성명 발표는 예정된 것이 아니다"며 "지난 14일 발언을 두고 모두 분노에 가득 차 대학별로 진행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라는 재난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간호사들에 대한 모욕이다"며 "내일(16) 단 한 번도 국민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간호사들은 62만 간호인의 총궐기를 통해 그 치욕적인 누명을 바로잡고, 그 발언의 책임자들은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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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대한 기자 kimabou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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