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남국 윤리위 제소’ 쇄신결의문··이재명 대표가 반대했다
복당 불가 방침 등 다수 의원 요구안 빠져
‘쇄신 소극적’ 당내 비판…재신임 요구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마련한 결의문에는 다수 의원이 요구한 쇄신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거나 김 의원에 대한 복당 불가 원칙을 못박자는 내용이 빠졌다. 당내 가상자산 거래 자진 신고센터를 만들자는 요구안도 빠졌다. 이재명 대표는 이런 내용을 결의문에 담는 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이럴 거면 왜 의원총회를 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15일 전날 쇄신 의원총회 결론을 두고 “국민 성에 차지 않고 부족하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비(이재)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면전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코인 논란 등의 문제를 대하는 우리 태도가 ‘내로남불’과 다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우리 스스로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자고 여러 명이 얘기해서 결의안 첫 번째 항으로 올라오리라 생각했는데 빠졌다”며 “결의문에 김 의원의 이름도 없다. 왜 의원총회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원욱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민주당 의원 전원이 코인 거래를 했는지에 대한 자진 신고센터를 만들고 거짓 신고를 한 경우에는 다음 총선에 불이익을 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자는 얘기들이 최종적으로 지도부끼리 모여서 성안하는 과정에서 빠진 것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전날 쇄신 의원총회에서 6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탈당한 김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재개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 지도부는 김 의원 탈당을 계기로 윤리감찰과 진상조사를 중단하려 했으나 의원들의 반발로 떠밀리듯 방침을 뒤집었다. 의원들은 결의문에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상시 감찰, 즉시 조사, 신속 결정’의 3대 원칙을 명시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김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제소와 가상자산 전수조사 신고센터 설치 문구는 결의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김 의원이 진상조사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복당 불가’ 방침을 못 박자는 의원들의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팬덤정치를 청산하자’는 요구도 담기지 않았다. 초안에 담겼던 ‘처절한 반성’ 등 더 센 표현도 최종 결의안에는 빠졌다. 이 대표는 전날 쇄신 의원총회 직후 박광온 원내대표와 함께 결의문 작성 현장에 남아 문구 수정에 관여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만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보유 전수조사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인 문제는 민주당이 제안한 것처럼 국민의힘이 반대하지 말고 전수조사를 신속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동의해야 민주당을 포함한 국회의원 전체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당 쇄신에 소극적이라는 당내 비판이 거세다. 이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재신임과 사퇴 요구까지 받았다. 앞으로 이 대표가 김 의원 문제에 엄정하게 조치할 수 있을지가 신뢰 회복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이 진상조사에 협조를 거부하면 김 의원에 대한 복당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지만 즉답을 피했다. 김 의원은 거래 코인 종목, 코인 거래 내역 등 주요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탈당한 상태다.
김 의원이 진상조사단에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미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한 상태다. 정의당은 민주당에 김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 요구 징계안 제출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 수 있다.
당 지도부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다시 시험대에 설 수 있다. 돈봉투를 받았다는 의원들의 새로운 명단이 나온다면 자체적인 진상조사 요구가 다시 거세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조사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며 자체 조사에 반대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 의혹처럼 돈봉투 사건도 진상조사를 해야 일관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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