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5년 동안 원했던 그 자리, 박혜진은 또 한 번 올라섰다

손동환 2023. 5. 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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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4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3월 27일 오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우승을 밥 먹듯 했던 선수가 있었다. 정상은 늘 그의 자리였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에서 영원한 최고는 없는 법. 늘 정상에 있을 것 같았던 그도 하강 곡선과 마주했다.
내리막길에서 5년을 버텼다. 5년의 인내 끝에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랐다. 오랜만에 정상에 선 그는 더 큰 기쁨을 누렸다. 아산 우리은행 캡틴 박혜진의 이야기다.

통합 6연패, 그 후...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통합 6연패’를 달성한 팀이었다. WKBL 역사상 두 번째.(WKBL에서 통합 6연패를 최초로 한 팀은 신한은행이다)
박혜진은 통합 6연패의 핵심 주역이었다. 통합 6연패 이후에도 우리은행을 지켰다. 2019~2020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2017~2018시즌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통합 6연패의 주역이었던 박혜진도 우승과 멀어졌다. 우리은행도 박혜진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2017~2018시즌에 통합 6연패를 달성했습니다.
5년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요.(웃음) 하지만 6연패라는 성과를 떠나서, 우승 자체가 너무 좋고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2018~2019시즌에 통합 7연패를 실패했습니다. 또, 함께 했던 임영희 선수(현 아산 우리은행 코치)가 은퇴를 했고요.
임영희 코치님께서 은퇴한다고 하셨을 때, 너무 허전했어요. 저희 팀의 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죠.(웃음) 저 개인적으로도 의지를 많이 했었고 함께 했던 시간도 길었기에, ‘나 혼자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2019~2020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 우승과의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런 이유를 종합하면, 저희가 부족했다는 결론이 나와요. 저희가 못해서 챔피언 결정전에 못 갔다고 생각해요.

변화와 의지
우리은행은 ‘왕조’를 구축했던 팀이다. 그러나 2017~2018시즌 이후 ‘정상’과는 거리가 먼 팀이 됐다. 특히, 박지수가 가세한 KB스타즈에 밀렸다. 도전자 신세로 전락했다.
2021~2022시즌에는 더 크게 좌절했다.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지만, 박지수와 강이슬이 버틴 KB스타즈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에 온 이후, 우리은행은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서 좌절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좌절한 우리은행은 FA(자유계약)로 풀린 김단비를 영입했다. 김단비는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WKBL 최고의 올 어라운더 플레이어. 특히, 김단비의 수비력은 우리은행에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요소였다.
그래서였을까? 박혜진은 김단비를 누구보다 반겼다. 김단비의 가세 후 “(김)단비 언니가 오고 난 후, 우승을 목표로 생각했다”며 ‘우승’이라는 목표를 더 강하게 고집했다. 정상을 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가다듬었다.

김단비 선수가 가세했습니다.
휴가 때 감독님과 통화를 했어요. ‘(김)단비를 영입할 건데, 너의 생각은 어때?’라며 저한테 의사를 물어보셨어요. (저한테 의사를 물어봐주신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너무 컸어요. 저 역시 우승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단비 언니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단비 언니가 저희 팀으로 합류했어요.
김단비 선수랑 나눈 첫 마디는 무엇이었나요?
연습체육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대표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웃음) 또, ‘잘 왔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낯간지러워서(웃음), 그냥 소소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김단비 선수도 박혜진 선수를 많이 의지했을 것 같아요.
단비 언니가 우리은행 이적을 결정했을 때부터, 저희는 SNS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단비 언니는 “너 믿고 가는 거다. 많이 도와줘”라고 했고, 저도 “언니를 많이 도와주겠다”고 대답했어요.
대표팀에서 합을 맞춰봤지만, 우리은행에서의 호흡은 다를 수 있습니다.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공은 하나잖아요. 그러다 보니, 볼 소유 시간과 볼 없는 움직임, 선수들의 동선 등 맞춰야 할 게 많았어요. 서로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감독님께서도 그런 걸 전체적으로 잡아주셨어요.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수비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어요. (박)지수가 있어도, 단비 언니가 블록슛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웃음) 그래서 저도 단비 언니를 믿고 강하게 수비할 수 있었어요.

기대 이상 혹은 압도
김단비를 영입한 우리은행은 개막 3연승을 질주했다. 해당 기간 평균 득실 마진은 무려 +19. 우리은행을 막을 팀은 없을 것 같았다.
비록 1라운드 4번째 경기에서 삼성생명에 74-85로 패했지만, 우리은행의 진정한 상승세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14연승을 질주했다. 2016년 12월 8일(vs 부천 KEB하나은행, 현 부천 하나원큐) 이후 처음 해낸 성과.
우리은행은 거칠 것이 없었다. 매섭게 달린 우리은행은 2월 13일 BNK를 상대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WKBL 역대 최다인 14회 정규리그 우승. 25승 5패로 2022~2023 정규리그를 마쳤다. 기대 이상의 성과 혹은 압도적인 성과로 정규리그를 종료했다.

김단비 선수가 합류한 후 첫 경기를 치렀습니다.
사실 연습 경기 때만 해도, 삐걱거렸어요. 움직여야 하는 길을 찾지 못했고, 움직이는 타이밍도 맞지 않았어요. 그런데 ‘A팀은 확 달라졌더라. B팀은 기대 이상이더라’는 소문이 들렸어요. 감독님과 선수들 모두 불안함을 안고 있었죠.
개막전 경기력도 좋은 게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푼 건 맞는 것 같아요. 첫 경기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우리은행은 2016~2017시즌 이후 6년 만에 정규리그 14연승을 기록했습니다.
연승을 길게 해본 건 오랜만이었어요. 6년 전보다 더 어렵다는 걸 꺠달았죠. 그렇지만 연승 자체에 큰 의미를 둔 건 아니에요. 그저 매 경기 착실하게 준비하다 보니, 14연승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우리은행은 시즌 내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정규리그 우승이었는데요.
팀 전체적으로 ‘몇 경기만 더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이야’라는 생각을 1도 하지 않았어요. 다들 ‘매 경기 이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정규리그 우승 후 실패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불안함이 있었을 것 같아요.
예전 시즌에는 순위 싸움을 치열하게 했습니다. 이로 인해,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어요. 정규리그 경기력이 좋았고, 단비 언니도 있었으니까요.(웃음) 그래서 더 자신 있었던 것 같아요.

본격적인 승부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위 팀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상대는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껄끄러운 상대였다. 우리은행과의 상대 전적에서 2승 4패를 기록했기 때문.
또,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와 다르다. 정규리그에서의 우위가 플레이오프에서는 아무 소용없다. 게다가 신한은행은 밑질 게 없었다. 그게 우리은행한테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손쉽게 챔피언 결정전으로 향했다.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진출. 두 번의 경기 만에 플레이오프를 마친 우리은행은 챔피언 결정전 상대 팀을 기다렸다. 박혜진 역시 BNK와 삼성생명의 경기를 지켜봤다.

플레이오프가 개막했습니다. 심적인 부담감이 더 컸을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변수가 워낙 많은 시리즈예요. 그래서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1차전을 잘 마쳤고, 2차전도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1~2차전을 모두 이겼습니다. 두 경기 모두 두 자리 점수 차로 이겼는데요.
(우리은행은 1차전을 65-51로 이겼고, 2차전을 70-58로 마무리했다)

득점도 중요하지만, 수비와 루즈 볼 싸움, 박스 아웃 등 기본적인 게 단기전에서 더 중요해요. 그런 점을 잘해냈기 때문에, 두 경기 모두 압도했다고 생각해요.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습니다. 상대는 BNK와 삼성생명 중 하나였는데요.
어느 팀이든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BNK와 삼성생명의 승부가 3차전까지 가길 원했어요.(웃음) 비록 상대가 빨리 결정됐지만, 반대로 챔피언 결정전 준비를 빨리 할 수 있었습니다.

5년 만에 선 그 곳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우리은행은 BNK와 마지막 승부를 했다. BNK는 김한별을 중심으로, 안혜지-진안-이소희 등 젊은 삼각편대를 보유한 팀. 신구조화를 맞춘 팀이기에, 우리은행으로서 쉽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1차전에 고전했다. 일찌감치 마칠 수 있는 경기를 BNK의 맹렬한 추격에 놓칠 뻔했다. 하지만 1차전의 교훈을 되새긴 우리은행은 2차전을 84-67로 압도했다. 통합 우승에 1승만 남겨뒀다.
3차전을 위해 적지인 부산으로 건너갔다. 긴 이동 거리와 원정 경기라는 부담감을 안았지만, 우리은행은 탄탄한 기본기로 3차전까지 챙겼다. 2017~2018시즌 이후 5년 만에 통합 우승. 우리은행 왕조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박혜진 역시 5년 전처럼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1차전에 꽤 고전했습니다.
농구는 분위기 싸움이 중요한 스포츠예요. 흐름을 넘겨줬을 때 가져와야 했는데, 점수 차가 많다 보니 ‘그래도 이기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가짐 때문에, 경기 운영을 잘 못했죠. 그래서 1차전을 어렵게 이긴 것 같아요.
그렇지만 2차전과 3차전을 내리 이겼습니다. 5년 만에 통합 우승을 했습니다.
단비 언니가 합류한 후, 저희 팀과 저의 목표는 우승이었습니다. 그 목표만 보고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 결과를 보상 받는 것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우승은 매번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번 우승은 약간 달랐어요. 울컥했던 순간들이 더 많았거든요. 그래서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왔고요.
길었던 시즌을 마쳤습니다. 이제 뭐하고 싶으세요?
이전 인터뷰에서 말씀 드렸듯이, 놀고 싶을 때 놀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싶어요.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하고 싶어요. 지금도 다 내려놓고, 마음 편히 쉬고 있어요.(웃음)
뜬금없지만, 이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이번 우승이 우리은행 왕조의 재건을 뜻한다고 봐도 될까요?
내년에는 (박)지수가 건강히 돌아올 거고, 다른 팀도 부상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를 겁니다. 쉽지 않을 거예요. 뭐라고 말씀드리기도 어렵고요. 그렇지만 저희 팀도 긍정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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