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군의 잘못도, 정주현의 잘못도 아니다[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2023. 5. 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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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성’보다 ‘행위의 일반성’으로 판정할 시대
13일 대구 LG-삼성전 ‘2루 비판’ 논란 이유
삼성 김태군이 지난 13일 대구 LG전 7회, 태그 동작 중 중심이 앞으로 쏠린 LG 2루수 정주현의 태그에 베이스에 붙어있던 오른손이 떨어지며 아웃되고 있다. SPOTV 중계화면 캡처



지난 13일 대구 LG-삼성전 7회말 2루에서 벌어진 태그 플레이에서의 세이프·아웃에 대한 비디오판독 결과를 놓고 주말이 시끄러웠다. 무사 1루에서 삼성 김태군이 좌익선상 안타를 때리고 2루까지 달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살아들어가는 듯했지만, LG 2루수 정주현의 태그 플레이 중 베이스에 붙어있던 손이 그만 떨어졌다. 아웃 판정이 나왔고, 비디오판독에서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자동 퇴장을 불사하고 그라운드로 나온 박진만 삼성 감독은 항의 끝에 벤치를 떠나야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출입기자단 채널을 통해 “각 심판조 및 비디오판독센터에 수비 시 고의적으로 베이스 터치를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 엄격히 판정할 것을 지시했다”며 “대구 LG-삼성전 비디오 판독에서는 LG 정주현의 고의성을 명확히 판단할 수 없었으며, 그에 따라 원심이 유지됐다”고 전했다. 판정의 모호함을 인정하면서도 오심으로 볼 수도 없다는 메시지였다. 관련 논란을 끊고 가려는 의도로도 보였다.

KBO가 공식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14일 오전 허운 KBO 심판위원장과 관련 내용을 갖고 전화 인터뷰를 했다. 허 위원장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고의성과 연결 동작 여부다. 허 위원장은 정주현이 김태군의 손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고의성 확인이 어려웠고, 전체 태그 플레이가 연결 동작으로 이어진 점을 얘기했다.

비디오판독 도입 이전의 시대라면, 논란 자체가 되지 않았을 장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아웃, 세이프가 타이밍에 따라 판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비디오판독 도입 이후로는, 주자의 베이스 터치와 태그 시점의 선후가 명확히 가려지며 야수의 태그 동작과 주자의 슬라이딩 기술이 크게 바뀌었다. 이를테면 야수는 최초 태그 이후 한번 더 글러브를 갖다 대는 경우가 잦다. 대구 LG-삼성전 2루 판정 논란도 정주현의 두 번째 태그 시도에서 일어났다.

문제는 고의성이다. 야구 규칙에는 ‘고의성’이란 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특히 ‘방해(interference)’ 관련 내용을 다룬 야구 규칙 6.01에는 고의성 여부에 따른 판정 원칙이 여러 사례로 설명돼 있다. 흔히 나오는 장면으로는 병살 플레이를 막는 주자의 행위에 고의성이 보이면 수비 방해가 된다는 내용 등이 있다.

그러나 규칙상에 존재하는 ‘고의성’을 이제는 더 넓은 개념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찌감치 야구 규칙을 꿰고 있을 심판위원들이라면 고의성을 개념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용해왔을 수 있다. 그러나 야구 규칙 또한 비디오판독이라는 ‘신문물’이 존재하기 이전에 제정되고 보완된 것이 대부분이다.

고의성은 마음의 영역이다. 신이 아니라면 정확히 들여다보기 힘들다. 허운 위원장 또한 LG-삼성전 판정 상황을 놓고 “눈으로 최초 판정할 때는, 고의성을 확인하는 게 불가능한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보완 장치로 비디오판독을 쓰고 있지만 영상으로도 고의성 여부 대상이라면 100% 확인은 어렵다.

여러 각도의 영상으로 세밀한 동작까지 볼 수 있는 시대다. 그간 ‘고의성’으로 재단했던 판정들은, 이제 ‘행위의 일반성’ 여부로 접근하는 게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삼성전, LG 정주현은 송구를 잡아 글러브 바깥면으로 돌리듯 태그를 하다가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과정에서 글러브를 김태군의 손에 갖다 댔다. 그런데 앞으로 무너지는 중심을 순간 제어하지 못하면서 베이스에 안착했던 김태군의 손을 밀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정주현의 수비에는 고의성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태그 동작은 아니었다. 첫 번째 태그에서 타이밍이 늦은 뒤 두 번째 태그라면 확인 차원에서 글러브만 살짝 댔다가 빼는 게 보통의 행태다.

스포츠에서 고의성 여부가 가장 자주는 거론되는 장면 중 하나가, 축구의 핸드볼 파울이다. 그러나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팔이 몸에서 떨어져 공에 닿으며 흐름이 바뀌면 심판 재량에 따라 핸드볼 파울, 페널티킥까지도 주게 된다. 날아가는 볼을 손을 들어 막는 진짜 고의적인 행위를 하게 되면 그건 파울이 아니라 레드카드가 나오는 장면이 된다.

김태군의 2루 슬라이딩도, 정주현의 태그에도 잘못은 없었다. 다만 행위의 결과가 일반적이거나 상식적이지 않았다. 또 판정의 결과는 원칙에 근거를 뒀다지만, 공정하지 않았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논란이 일었던 이유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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