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송악산 사유지 매입 제동 건 도의회와 신경전

제주도 입장문 통해 송악산 토지주가 재산권 행사하면 도민이 피해
제주도의회 행자위, 송악산 사유지 매입 심도깊은 논의 필요 '심사보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송악산 일대 사유지를 매입한다는 제주도 계획이 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며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제주도는 송악산 사유지 매입안이 담긴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도의회가 심사보류한 데 대해 15일 도청 기자실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변덕승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도의회가 관련 안건을 심사보류하면서 송악산 일대 토지주가 재산권을 행사할 경우 도민과 관광객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 투자사인 신해원 유한회사가 소유한 송악산 일대 토지 40만 748㎡에는 진입로와 주차장, 올레길 등이 포함됐는데 신해원이 통행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 국장은 또 제주도와 신해원 간 송악산 토지매매 기본합의서는 지난해 12월 제주도의회가 본회의를 거쳐 동의해줬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본합의서 동의안을 의결한 도의회가 5개월 뒤 그와 관련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심사보류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변 국장은 이번 회기 동의가 불확실해지면서 앞으로 투자사의 사유재산권 행사, 국제소송 제기 등의 파장이 커질 것이라며 도의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이날 오전 도청 집무실에서 실국장과 도정현안 티타임을 갖고 난개발 방지를 위한 송악산 사유지 매입에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이 환영했고 도의회 동의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심사보류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앞서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2일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입안이 담긴 2023년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사보류했다.

행자위는 사업과 관련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의견이 많고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송악산 일대 난개발과 경관 사유화를 방지하고 투자자와의 소송, 국제투자 분쟁 해소를 위한 것이라며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재정 확보 계획, 토지 매입 이후 활용 방안, 인근 주민 갈등 해소, 주민 상생 방안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주도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사보류로 제주도가 올해 첫 추경예산안에 포함한 송악산 부지 우선 매입비 161억 원은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악산 사유지 매입에는 모두 571억 원이 소요될 전망인데 당초 제주도는 나머지 매입비의 경우 내년 본예산에 반영할 계획이었다.

송악산 일대 토지는 신해원측이 유원지 개발사업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사들여 추진했지만 난개발과 경관 사유화 논란이 집중 제기됐다.

급기야 원희룡 제주지사 시절인 지난 2020년 10월 송악선언을 하며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었고 같은해 11월에는 실천조치 제1호로 송악산 일대 문화재 지정 등 항구적 보전방안을 발표했다.

또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진행된 '지속가능한 송악산 관리 및 지역 상생방안 용역'에선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할 경우 토지 규제에 따른 지역주민의 반발이 우려돼 최종적으로는 마라해양도립공원 확대 지정으로 결론났다.

이 과정에서 신해원측은 더이상 사업 추진이 곤란하다며 지난해 4월 송악산 사유지 매매를 제주도에 제안했고 도립공원 지정 확대를 위해 해당토지 매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주도는 신해원측과 4차례에 걸친 협상끝에 송악산 매매 기본합의서를 도출했다.

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2023년 12월 이전에 매매 계약서를 체결하고, 소유권 이전과 매매대금 전액 지급은 2024년 12월 이전까지 진행하도록 했다.

다만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발생하면 1년 범위 안에서 연기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매매대금의 지급 기한이 연기되는 경우에도 2023년 12월까지는 매매대금의 최소 30% 이상, 2024년까지는 매매대금의 최소 70% 이상이 지급되도록 노력한다는 약속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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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이인 기자 two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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