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에 산업계 "경기침체에 비용부담까지…엎친데덮친격"

김기훈 2023. 5. 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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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철강 등 업종 타격…"에너지 효율 향상·비용 최소화"
전기요금 kWh당 8원·가스요금 MJ당 1.04원 인상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가스계량기가 설치돼있다. 전기·가스요금은 내일부터 각각 kWh당 8원, MJ(메가줄)당 1.04원 인상되며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2023.5.15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이 오르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신음 중인 산업계의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16일을 기해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을 MJ(메가줄) 당 1.04원 인상한다고 15일 밝혔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은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등에 시달리는 국내 산업계에 부담스러운 소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산업용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1만8천412GWh(기가와트시)를 사용했다. SK하이닉스의 전기 사용량은 9천209GWh로 2위를 차지했다.

연간 사용량을 2021년 수준으로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가 연간 내야 할 전기요금은 1천473억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약 737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반도체 제조 공간은 정밀한 온도 제어가 필수적이라 냉난방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공기 정화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반도체 생산공정에 쓰이는 노광장비, 이온 주입기, 식각 장비 등 첨단 장비에도 많은 전기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전기료 인상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지만,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전체 비용 구조상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진 않다"며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전업계도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절전 가전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절전과 에너지 효율을 강화한 제품 개발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공장 [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철강업계에서는 전기로 사용 중심 업체를 중심으로 올해 제품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로를 쓰는 현대제철의 경우 연간 7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번 ㎾h당 8원의 추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500억원의 전력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는 전기로가 아닌 고로 중심 사업 기반인 데다, 자체 전기 생산 비중이 높아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 내 부생 가스 및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설비가 있어 80% 이상 전기를 자체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며 "밖에서 전기를 받아오는 비율이 높지 않아 전기요금 인상에 큰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배터리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배터리 소재 업체 관계자는 "급속한 전기요금 인상은 예상하지 못한 제조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며 "글로벌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24시간 정제설비를 돌리는 석유화학·정유업계도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추가로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에너지 비용 절감과 친환경 측면에서 자체적인 에너지 조달 방안을 고민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업계도 전력 사용량 증가가 제품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여러 변수를 함께 따져봐야겠지만, 전기·가스료 인상에 따라 일정 부분 생산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태양광 발전을 활용하는 등 생산 비용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전기요금 인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 편의점주는 점주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해보다 30%가량 오른 올해 4월 전기요금 영수증 사진을 올리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대형마트들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등 전기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차대운 김기훈 이신영 임성호)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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