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힘든데…노란봉투법 막아달라" 호소전 나선 경제단체장들

이성락 2023. 5. 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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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국민의힘 대표 만나 '노란봉투법 재검토' 요청
"365일 파업 걱정" 노란봉투법 카툰북까지 만든 경제단체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초청 정책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 재검토를 포함한 10대 정책 과제를 건의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야당이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이후 경제단체들이 바빠지고 있다. 최근엔 경제단체장까지 직접 나서 "노란봉투법을 막아달라"며 호소전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그만큼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불법 파업이 늘어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초청 정책 간담회를 열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10대 정책 과제를 건의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 보호무역주의·자국우선주의의 확산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세제·노동 시장 경쟁력 개선, 규제 혁파 등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김병준 직무대행은 노사 관계 선진화 과제를 짚으며 '노란봉투법 재검토'를 요청했다. 사용자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 현장에서 소모적인 분쟁을 야기할 수 있고,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조직개편 등 사용자의 고유 권한인 경영권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확대하고 노조의 쟁의 행위로 인한 회사 측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 이상 계류돼 본회의 직회부 요건을 충족한 상태로, 야당은 이를 5월 내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이에 김병준 직무대행뿐만 아니라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발 벗고 나서 '전면 재검토'를 일관되게 호소하고 있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김기현 대표 초청 정책 간담회를 통해 정책 건의서를 전달하며 "우리 노사 관계는 강성 노조가 주도해 (노사가) 매우 대립적이다. 노란봉투법은 우리 법체계의 근간을 부정하고 공동 불법 행위를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도 지난달 김기현 대표와 정책 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현장 과제들을 건의하며 신중입법 과제로 노란봉투법을 지목했다.

앞서 경제6단체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경각심을 환기하는 목적의 카툰북을 제작해 배포했다. /경제6단체

경제계는 자신들이 노란봉투법의 재검토를 지속 요청하는 것과 관련해 '설득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노란봉투법 카툰북'을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카툰북 제작에는 전경련·경총·대한상의·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사실상 국내 주요 경제단체가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어떤 노조가 어디서 언제 교섭을 요구할지 몰라 365일 내내 노동 분쟁을 걱정할 수밖에 없고, 기업 간 상생·협력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결국 국내외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고 공장을 철수시켜 국민의 일자리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카툰북에서는 사용자 범위 확대에 따른 교섭·파업 급증의 문제점을 다뤘다. 연중 내내 줄줄이 놓인 파업과 교섭 일정에 치여 정작 기술 개발과 신규 시장 발굴은 물론 생산 차질까지 겪으며 기업 경쟁력 악화에 직면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카툰북에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함에도 노조 반대에 회사가 결국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을 예시로 들며 노동쟁의 범위 확대에 따른 경영권 간섭 심화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관련해 직장 점거를 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CCTV를 가려 회사가 불법 행위를 채증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경우를 사례로 제시했다. 법 개정 시 배상의무자별로 소를 제기해야 하지만 가려진 CCTV로 개별조합원별 불법행위와 손해 규모를 입증하지 못해 패소하고 손해를 떠안는 상황을 설명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이 함께 카툰북을 만들어 배포하고, 경제단체장들이 직접 나서 입법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건 그만큼 노란봉투법이 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라며 "노란봉투법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 이는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제계는 현재 노란봉투법 추진 중단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보완도 요청하고 있다. 경영 책임자 범위 등 규정이 모호해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처벌 역시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대한상의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73개 지역상공회의소 회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가장 시급한 정책 현안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64.4%), 고금리 자금난 지원(61.6%)에 이어 과도한 처벌 규정 완화 등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보완(58.9%)을 꼽았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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