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부실시공]현장 곳곳서 '벌점·미흡'

나원식 2023. 5. 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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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508개 현장서 '벌점…중흥·삼성물산·금호건설 순
안전관리도 '미흡'…"여러 요인 겹쳐 대형 사고 우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이나 이미 준공이 된 아파트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연달아 나타나면서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일부 건설 현장의 부실시공과 안전 관리 미흡 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정부의 제도 강화와 건설사들의 안전관리 조직 강화 등으로 과거에 비해서는 나아졌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021~2022년 중 부실시공 벌점 부과 건설사. /그래픽=비즈워치.

2년간 480개 건설사, 벌점 2094건 부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국내 건설 현장 중 총 508곳이 부실시공으로 벌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 별로 따지면 480개 건설사가 모두 2094건의 벌점을 받았다.

이중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업체들 역시 건설 현장 곳곳에서 부실시공으로 벌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건설사 중 지난 2년간 벌점을 받은 업체는 7곳이었다. 1위인 삼성물산이 합산벌점 0.75점으로 가장 높았고, SK에코플랜트(0.66점)와 롯데건설(0.65점), HDC현대산업개발(0.50점) 순으로 나타났다. 시공능력평가순위 30위내에선 중흥토건이 토목 건설 현장에서 벌점을 받아 1.12로 가장 높았고, 금호건설도 0.72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해 부실 공사 우려가 있거나 고의·과실로 부실 공사를 했을 때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이어 올해 3월부터는 규제를 강화해 '합산벌점 방식'으로 바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합산 벌점이란 각 반기에 부과받은 벌점을 더해 '반기벌점'을 산정하고 최근 2년간의 반기 벌점 합계를 둘로 나눈 값이다. 아파트의 경우 벌점이 3점 이상이면 점수 구간에 따라 일정 정도 이상의 공사를 완료해야 분양을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안전관리도 '미흡'…준공 뒤 하자 분쟁 이어져

건설 현장의 부실시공이나 미흡한 안전 관리 실태는 이 밖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1일부터 4월 7일까지 해빙기 건설현장 안전점검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1927개 건설 현장에서 총 4681건의 지적 사항이 적발됐다. 이중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부실벌점 부과 대상은 16건, 과태료 부과 대상은 32건, 시정명령 2451건, 현지시정 2182건이었다.

이에 앞서 국토부가 지난해 말에 내놓은 '안전관리 수준평가'에 따르면 총 116개 시공사 가운데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와 동부건설, 주식회사한국종합기술 3곳에 불과했다. 우수 등급을 받은 건설사도 9곳에 그쳤다. 반면 미흡은 31곳, 매우 미흡은 13곳으로 나타났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런 분위기는 준공 이후에 나타나는 하자분쟁 신청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산하 하자 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공능력 순위 1~10위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사건이 접수된 건설사는 GS건설로 총 573건을 기록했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376건), 대우건설(295건), 롯데건설(229건), 현대건설(203건) 순으로 집계됐다.

"작은 부실 겹쳐 큰 사고로…책임 의식 가져야"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부실시공 문제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됐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 등 정부의 규제가 눈에 띄게 강화한 데다가 각 건설사 역시 지난해 CSO(최고안전책임자) 직책을 신설하는 등 관련 조직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관리 미흡 등으로 인한 작은 부실들이 겹칠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나 최근 인천 검단 'LH 안단테 아파트(가칭)'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 GS건설은 검단신도시 LH 안단테 아파트 사고와 관련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부분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건축구조기술사 등 4만여 기술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기술사회 역시 이번 사고에 대해 철근과 콘크리트 공정의 부실시공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철근 배근 미흡과 콘크리트 강도 부족, 철근과 콘크리트 부착력 미흡 등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천 아파트 사고의 경우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런 사고는 단순히 한 개의 원인이 아닌 여러 원인들이 복잡적으로 겹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은 부실들이라도 여러 요인이 더해지게 되면 자칫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우려가 있는 만큼 건설사나 건설 노동자들이 더욱 책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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