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불가피한 에너지 요금 인상, 취약층 배려 대책도 병행해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15일 에너지 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전기 요금은 16일부터 kWh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오른다. 인상 폭은 나란히 5.3%이다. 이에 따라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월 전기, 가스 요금이 각각 약 3천원, 약 4천400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기·가스요금을 지속 조정해왔음에도 과거부터 누적된 요금 인상 요인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면서 이번 인상이 "에너지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한전·가스공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전기, 가스 요금 인상은 더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1년 2분기부터 '팔수록 손해'를 보기 시작한 한국전력은 그 해에 5조8천억원, 지난해에는 32조6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총부채 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1분기에만 3조원 넘게 미수금이 증가했다. 최근 한전과 가스공사는 각각 25조7천억원, 15조4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으나 요금 인상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일 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었다.
물론 이번 인상도 두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난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1, 2분기를 합쳐 kWh당 22.1원 오른 전기 요금은 산업부가 2026년 한전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국회에 보고한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 51.6원의 약 40%에 불과하다. 가스 요금은 올해 들어 처음 인상됐다. 지난해 38%나 올렸지만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이 터지면서 1분기에는 요금을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전과 가스공사의 천문학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에너지 요금은 경제적 논리로만 결정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2분기 요금 조정 발표를 한 달 이상 미루면서 관련 기업에 강도 높은 자구안을 압박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내년 총선, 물가 상승과 그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하반기에도 요금 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도 우리보다는 전기를 덜 쓴다. 철강, 조선 등 제조업 부문의 전력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가정 부문의 전력 소비는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2018년 기준 판매 전력량을 용도별로 보면 산업용이 59.2%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그 비중이 유난히 높다. 반면 전기 요금은 OECD 최하위권이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월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에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내용의 예비판정을 내린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에너지 과소비 구조의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전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요금 현실화는 지속해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별도의 대책도 필요하다. 전기와 가스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재이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공기업으로 남아 있는 것도,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하여야 한다'는 에너지법 제4조 5항도 에너지의 복지적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는 요금 인상분 적용 1년 유예,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 확대,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분 3년 분산 반영, 에너지 절약 시 제공하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 확대 등도 포함됐다. 사각지대가 없도록 꼼꼼히 점검하고 철저하게 실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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