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돌풍의 주역…‘탁신 막내딸’ 제친 피타 림짜른랏은 누구?
해산된 퓨처포워드당 재탄생 시켜
변화 열망·정치적 세대 교체 상징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자신에게 주의 깊게 그리고 성숙하게 물어봐야 하는 질문은 이와 같다. 태국 사회는 (변화의 바람 앞에) 벽을 쌓고 있는가, 아니면 풍력 발전 터빈을 세우고 있는가?”
선거 유세에서 했던 이 말처럼, 이번 태국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43)는 변화를 향한 열망과 정치적 세대 교체를 상징한다.
피타 대표는 태국의 청년들 사이에서 ‘록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그가 방콕 시장에서 유세를 펼치는 동안 그의 지지자들은 열광적으로 그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사진을 찍고 꽃을 건네줬다. 한 지지자는 “그는 우리의 미래”라고 호주 ABC방송에 말했다.
청년층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피타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은 이번 총선에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을 제치고 태국 제1 야당으로 올라섰다. 특히 수도 방콕의 지역구 의석 33개 중 32개를 싹쓸이하는 등 도시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는 오랫동안 반군부 진영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져 왔던 탁신 가문을 대체할 새 얼굴이 탄생했다는 뜻이다.
https://www.khan.co.kr/world/asia-australia/article/202305151618001
피타 대표는 정치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농업부 고문이었고, 삼촌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측근이었다. 그러나 그가 진짜 정치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뉴질랜드에서 유학하던 10대 시절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피타 대표는 그 시절 TV를 통해 호주 의회 토론과 뉴질랜드 총리의 연설을 보면서 정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피타 대표는 태국으로 돌아와 비교적 진보적 학풍을 띄는 탐마삿대학을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MBA를 마쳤다. 정계 입문 전까지는 태국 그랩에서 전무이사로 일했다. 이후 2019년 총선에서 전진당의 전신인 퓨처포워드당의 후보로 당선돼 정치 활동을 펼쳤다.
퓨처포워드당은 왕실모독죄 폐지를 비롯한 군주정 비판, 군부 타도 등을 외치며 청년층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결국 2020년 자금 조달 규정을 위반했다는 구실로 해산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이는 그 해 열린 대규모 반정부 집회 ‘세 손가락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피타 대표는 퓨처포워드당을 전진당으로 재탄생시켜 이번 총선 국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유세 현장에는 학생과 청년 등 지지자들이 ‘셀카’를 찍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는 팔로워가 100만명에 달하는 자신의 틱톡 개인 계정 등에 재치있는 사진과 공약을 올리며 호응했다. 토론 스타일 역시 단호하면서도 정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피타 대표가 총리가 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태국의 정치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는 연립정부로 구성될 것이고, 모든 정당들은 군주제 개혁 등 급진적인 정책을 내건 전진당을 경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전진당과 피타 대표가 끌고 갈 태국 정치의 새 바람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으로 보인다. 탐마삿 대학의 쁘라짝 껑끼라띠 교수는 태국 주류 정치에서 진보적인 의제를 확고히 확립한 전진당의 출현은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이며 이제 누구도 그들을 제거할 수 없다”면서 “전진당은 진정한 변화를 필요로 하는 태국의 새로운 세대, 새로운 유형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ABC방송에 말했다.
피타 대표는 “변화의 정의 상 누군가는 이득을 얻고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그러나 99%는 우리의 정책에서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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