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호실적에도 불안한 증권가…투심 악화·CFD 손실 '우려'
예탁금·빚투 등 증시 지표 악화
업계 "CFD 관련 손실은 실적 악영향 '우려'"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증권사 전반이 전년 대비 선방한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와 이를 촉발시킨 통로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와 관련한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 여전히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실적을 나타냈다.
미래에셋증권은 당기순이익으로 2382억4000만 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 대비 15.7% 늘었다.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은 각각 2924억 원, 2621억 원, 1998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모두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도 1000억 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인낸싱(PF) 부실 우려와 증시 부진 여파로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대다수가 지난해 4분기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해 올해 1분기 실적부터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SG발 폭락사태 이후 예탁금 규모 등 각종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미수채권 손실 가능성 등이 대두하며 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 요소가 커지고 있다.
우선 '빚투'가 줄고 있어 신용융자 이자 수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코스피·코스닥 합산) 잔액은 지난 11일 18조6574억 원을 기록했다. SG증권 발 주가폭락 사태가 불거진 지난 4월 24일 20조4319억 원 대비 1조7745억 원(8.68%) 줄었다.
개인투자자의 투심 위축은 예탁금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은 49조5630억 원가량으로 5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예탁금은 지난달 10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50조 원을 밑돌았다. 지난달 28일에는 53조 원대였으나 2주 동안 3조 원가량 증발했다.
지난 12일에는 디와이피엔에프가 장 시작 5분 만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하한가로 주저앉자 'SG발 하한가 사태'가 재현되며 실제적인 우려에 불을 지폈다.
최근 금융당국이 주가조작의 통로로 이용된 CFD 계좌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소식은 반대매매에 대한 공포 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약 3400개의 CFD 계좌 전부에 대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연계 여부를 두고 집중점검에 들어갔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 동안 시장의 레버리지 자금인 신용융자잔고 금액은 약 1조7000억 원가량 급감했는데 코스피 약 8900억 원, 코스닥에서 8141억 원이 증발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며 "최근 CFD(차액결제거래) 사태 이후 투자심리가 꺾이는 등 개인 투자자의 거래금액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가 CFD 거래와 관련해 떠안게 되는 미수채권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많게는 수 천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손실이 실적에 반영될 경우 곧바로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CFD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채 일부 증거금만 납입한 뒤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이용한 차익만을 목적으로 매매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다. 국내 13개 증권사가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CFD 투자자들이 손실 정산을 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미수 채권이 발생하는 경우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가 회수를 부담해야 한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13개 증권사의 CFD 거래 잔액은 2조7697억 원이다. 이 중 교보증권(6180억 원)과 키움증권(5576억 원) 잔액이 매우 높은 수준이며, 삼성증권(3503억 원)·메리츠증권(3446억원)·하나증권(3400억 원)도 거래잔액이 3000억 원을 넘긴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관련 리스크도 여전히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증권사는 금융업권 통틀어 가장 높은 10%대 연체율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로 2021년 말 연체율(3.7%)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3배 뛰었다.
각종 우려에 휩싸이자 지난달 21일 23조 원대였던 증권주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19조2000억 원대로 약 3조9000억 원이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CFD 사태로 인해 실제 떠안을 직접적인 손실 규모를 떠나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증권주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부정적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확대 지속여부는 미지수다"며 "매분기 증권과 계열사가 충당금을 쌓을 예정으로 향후로도 1분기와 같은 양호한 실적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부동산 PF 건전성과 상품 이슈에 따른 미수채권 규모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FD 손실 우려에 증권가의 '깜짝실적'이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수채권 증가에 따라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예상은 리포트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13만5000원에서 12만 원으로, 삼성증권은 13만7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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