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보다 점성술사 믿는다” 경제난·대지진 속 치러진 튀르키예 대선 진풍경
NYT “불확실한 현실, 점성술사가 희망”
튀르키예 100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로 불린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무게감만큼이나 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극심한 경제난과 튀르키예 전역을 뒤흔든 대지진,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여야의 정면충돌 속에 치러진 대선에서 튀르키예 유권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며 선거판을 뜨겁게 달궜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유권자 일부는 20년만에 가장 긴박한 선거가 전개되자 여론조사 대신 점성술사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명성을 얻은 점성술사 딘서 거너는 야권 단일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의 승리를 점쳐 화제가 됐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20년 집권은 끝날 것”이라고 말해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반면 또 다른 저명한 점성술사인 메랄 구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죽는 날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튀르키예를 다스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외에도 많은 점성술사의 SNS 계정 팔로워 수가 급증하는 등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 같은 점성술사들의 득세가 튀르키예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지난 2월 5만명 이상이 사망한 강진의 여파, 심각한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한 상황에서 점성술사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평소에도 커피 찌꺼기로 점을 치거나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점성술사와 함께 내리는 튀르키예의 전통적인 문화가 한몫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직업별로도 지지 후보가 명확하게 갈렸다. 이스탄불에서 여성 의류 판매업에 종사하는 데리야 아크사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투표 기준은 머리를 스카프로 계속 가릴 수 있는지 여부”라며 보수 색채가 강한 에르도안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반면 성소수자 전용 술집을 운영하는 데니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13년 전 이스탄불엔 30개의 성소수자 바가 있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3개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소수자와 여성이 거부당하지 않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국가를 꿈꾼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를 악마로 취급했다”고 날을 세웠다.
영국 가디언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대표하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세속주의 이념을 지키려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맞대결”이라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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