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UAM 모형 없고 서빙 로봇 1대만… ‘한국판 MWC’, 졸속 추진에 흥행실패 우려

박수현 기자 2023. 5. 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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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5일 개최한 '한국판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가 보여주기식 관제(官製) 행사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판 MWC 행사는 가로 40.6m, 세로 14.4m의 복도 모양 국회의원회관 3층 로비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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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15~16일 여의도 의원회관서 ‘MWC 참여 기업’ 소개
“국내 중소·중견기업 및 ICT 기술 지원 활성화 취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5일 국회의원회관 3층 로비에서 ‘한국판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를 열었다./박수현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5일 개최한 ‘한국판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가 보여주기식 관제(官製) 행사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달 남짓한 준비 기간으로 급조해 공간도, 볼거리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기업들이 과거 전시회 등에서 사용한 콘텐츠를 고스란히 동원하면서 MWC 참여 기업의 최신 기술을 일반 관람객에게 선보인다는 취지도 무색해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대기업 3곳과 중소·중견기업 4곳, 스타트업 10곳 등 총 21개 기업이 참여했다. 올해 2월 열린 MWC 2023에 참여한 기업의 약 6분의 1 수준이다. 지난 MWC에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여파로 예년보다 적은 대기업 5곳과 중소·중견기업 60곳, 스타트업 65곳 등 총 130개 기업이 참여했다.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매년 2월 주최하는 행사로,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와 더불어 세계 3대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로 꼽힌다.

한국판 MWC 행사는 가로 40.6m, 세로 14.4m의 복도 모양 국회의원회관 3층 로비에서 열렸다. 자연히 기업들의 부스 규모는 작아졌다. MWC 당시 로봇 통합관제 플랫폼 ‘로봇 메이커스’, 온·습도 조절 자율주행 배송 로봇, 방역 로봇 등을 선보였던 KT는 이날 서빙 로봇 1대를 가져오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장소가 협소해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KT는 앞서 과기정통부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 등이 주관한 국내 최대 규모 ICT 박람회 ‘월드 IT쇼 2023′에서 이날 행사에 설치한 부스 대비 50배 큰 부스를 설치했었다고 설명했다.

MWC가 열린 나흘간 누적 5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던 높이 4.5m, 가로(날개 길이) 8.5m, 세로(동체 길이) 7m 규모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모형도 없었다. 대신 SK그룹이 지난해 자체 ICT 기술 전시회 ‘SK 테크 서밋’에서 선보였던 가상현실(VR) 체험 기구가 등장했다. 시뮬레이션 영상 또한 기존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SK텔레콤은 MWC 때 2030년의 서울과 부산을 비행하며 연계 교통, 배터리 충전, 인포테인먼트 등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약 5분 길이의 영상을 준비했었다. 이번 행사에는 부산역에서 동백섬으로 향하는 약 3분 20초 길이의 영상을 썼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화물을 옮길 만한 통로가 없어 실물 크기의 모형은 들여올 수 없었던 걸로 안다”며 “영상 콘텐츠도 이전 걸 재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간이 더 있었다면 부스를 더 알차게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KT의 경우 사업 부문 담당자들도 역시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기획한 행사지만 홍보도 부족했다. 실제로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대부분 정부와 국회 관계자, 취재진이었다. 더욱이 월~화요일 오후 3시까지만 전시해 직장인은 사실상 참석이 불가능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학생이 많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5일 국회의원회관 3층 로비에서 ‘한국판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를 연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들이 SK텔레콤 부스에서 도심항공교통(UAM)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은 개회식에서 “최근 ICT 수출이 9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ICT 산업환경이 격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국회,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총력 대응해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창의성과 기술력을 갖춘 국내 스타트업을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이들이 세계 과학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이 있지만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해 아이디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중소·중견기업들에 대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이 같은 행사를 통한 홍보 기회가 절실하다”며 “장소적 한계가 있었지만 국회 과방위와 과기정통부는 이들 기업을 돕는 동시에 국내 ICT 기술 발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그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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