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사유지 매입 일단 ‘제동’…제주도의회서 심사보류

신해원 소유 송악산 사유지 매입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 도의회서 심사보류

송악산 일원 토지매입 대상지 현황도. 제주도 제공

중국자본이 소유한 송악산 일대 사유지를 매입해 공공자원으로 보전하기 위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마라도해양도립공원 육상부(송악산) 내 사유지 매입’ 등 2건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도의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사 보류됐다고 15일 밝혔다. 상임위는 막대한 예산인 570억원이 지방비로 소요되고 있고 도민 공감대 부족, 활용 방안 추가 고민 등을 심사보류 이유로 내세웠다.

2건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중국 투자자인 신해원유한회사가 송악산 일대에 보유한 사유지 170필지·40만 748㎡를 전부 매입하는 내용이다. 해당 토지 매입에는 모두 57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도는 모두 지방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번 회기에 송악산 사유지 매입에 따른 공유재산관리계획안과 함께 1회 추가경정예산에 토지 매입 예산 161억원을 반영해 제출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제주도는 이달 사유지 매입에 따른 도의회 심의와 예산 승인 절차를 거친 후 다음달부터 매입에 따른 감정평가와 매입 가격 결정, 매매계약 등을 차례로 진행해 내년 소유권을 가져올 예정이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신해원에 올해 말까지 유원지 매매대금 30% 이상을 지급하고, 내년 말까지 잔액을 지급해 소유권을 이전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악산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의 의회 통과가 불확실해지면서 제주도는 우려의 입장을 내놨다. 제주도는 15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의 심사 보류 등으로 이번 회기에 동의가 불확실해짐에 따라 투자자의 사유재산권 행사, 국제소송 제기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변덕승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신해원 측이 소유한 사유지에는 송악산 주차장, 올레길, 송악산 진입로 등이 포함돼있어 사유재산권을 행사하면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통행제한 등의 불편과 경관 사유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앞으로 남은 기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다시 상정돼 의결될 수 있도록 도의회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회기에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음 회기를 목표로 한다.

앞서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2월23일 임시회에서 신해원의 사유지를 매입하는 내용의 ‘송악산 토지매매 기본합의서’를 가결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신해원은 12월29일 합의서를 체결했다.

앞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2020년 10월 송악선언을 발표해 송악산 개발제한을 못박았다. 이어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해 12월 난개발 위험에 처한 송악산 사유지의 전부 매입 방침을 밝혔다. 공유재산관리계획안 내 적시한 토지 매입 목표를 보면 ‘송악산 일대 공유재산을 집단화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것’이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