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감독 존경"…'택배기사' 조의석, 유토피아 꿈꾸며 7년 만에 복귀[인터뷰 종합]
[OSEN=김보라 기자] “(연출)제안을 받고 웹툰을 봤다. 기획 단계에서 전체 스토리를 생각했는데 멜로·호러에는 제가 자신이 없어서 각색을 하기로 했다.”
조의석(47) 감독은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웹툰 작가님과 제작사도 제가 각색으로 캐릭터를 바꾸겠다는 것에 동의를 하셔서 여성 캐릭터를 새로 만들었다”라며 원작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택배기사’(각색·연출 조의석)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 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김우빈은 5-8 역을, 송승헌은 천명의 대표 류석 역을, 이솜은 설아 역을, 강유석은 택배기사를 꿈꾸는 사월 역을 맡았다.
이날 조의석 감독은 “웹툰에서 택배기사를 다룬 세계관이 좋았다. (사회 이슈로 접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 등이 담겨 있어 현실적 호기심을 느꼈다”고 원작 웹툰에서 주요 소재로 다룬 세계관에 높은 관심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글로벌 스트리밍 순위 서비스 플릭스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공개된 ‘택배기사’ 6부작은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조 감독은 “영화는 예매율이 있는데 드라마는 어떻게 관심을 받는지 몰라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주변에서는 인터넷을 보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인터넷도 안 찾아봤다”고 공개 후 소감을 남겼다. 그러나 ‘택배기사’가 글로벌 드라마 부문 랭킹 2위에 오른 것과 관련, “다행이다 싶었다”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은 것에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조의석 감독은 “오랜만에 복귀를 했는데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이번에 시리즈를 하면서 영화와 화법이 다르다는 걸 배웠다. 사실 저는 영화를 두 편 찍는 줄 알았다. 드라마 감독님들이 존경스럽다”고 넷플릭스 시리즈를 만들면서 느낀 점을 털어놨다. 원작의 스토리는 대부분 차용했지만, 일부 캐릭터를 없애고 새 인물을 추가하는 등 시리즈만의 차별성을 뒀다.
“저는 각색에 집중했다. 작품은 어쩔 수 없이 감독의 색채를 담는다. ‘영화는 감독을 닮는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지 않나. 제가 각색하고 연출하니까 저만의 느낌이 담긴 거 같다. 디스토피아 안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주인공이 그렇다.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없다고들 하지만, 있다고 믿는 게 저의 평소 소신이자 꿈이다. 누구나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정보다 뒤늦게 공개하게 됐다는 조 감독은 “당시 코로나가 극심해서 해외 촬영도 갈 수가 없던 때였다. 코로나 정점에서 촬영을 했는데 스태프가 한 명씩 코로나에 걸려서 사라지더라. 저까지 걸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식사도 혼자 했다. 아직까지 안 걸렸다.(웃음)”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작 시리즈에 대해 “다음 작품에서는 호흡을 조금 더 빠르게 가고 싶다. 시리즈는 관객층이 넓어지기 때문에 조금 빠르게 가도 될 거 같다”고 예고했다. “(액션 어드벤처 장르는) 디스토피아에서 저항한다는 게 공식인데 그걸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지 고민했다. 그래서 저는 각 캐릭터들의 서사를 다르게 짜서 보여주려고 했다”고 집중한 부분을 전했다.
영화와 달리 각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을 만드느라 힘들었다는 조의석 감독. “그래서 테이크를 많이 못 간 게 아쉽다. 물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주셨는데,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고전했다. 블루 스크린 앞에서 찍은 게 많았는데 촬영 전 ‘이렇게 갈 거다’라는 걸 배우들에게 설명해 주면서 시간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동갑내기 배우 송승헌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알고 지낸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일단 뛰어’부터 인연이 시작됐던 거다. 그의 잘생김을 또 한번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 감독은 “이번에 그가 되게 잘해주신 거 같다. 저는 현장에게 냉정하게 디렉션을 했다. 송승헌이 대본 분석을 엄청나게 해왔더라. 서로 얘기를 하면서 조절해나갔다"며 "아무래도 저와 친분이 있어서 그런지 현장에서도 서로 호흡이 잘 맞았던 거 같다”고 칭찬했다.
영화 ‘일단 뛰어’로 2002년 감독 데뷔한 그는 ‘조용한 세상’(2006), ‘감시자들’(2013), ‘마스터’(2016) 등의 각본 및 연출을 맡았다. ‘택배기사’는 ‘마스터’ 이후 7년 만의 연출 복귀작이다.
“저도 영화감독으로 시작했는데 당분간 영화는 어려울 거 같다. 예산이 크기 때문에 투자받기가 어려울 수 있어서다. 다음 작품은 기존에 생각했던 영화(각본)를 쪼개서 시리즈 드라마로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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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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