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신형 왼쪽 엔진' 정한용-이준, 亞클럽선수권 첫 승 쌍끌이 견인
두 선수가 대한항공에서도 왼쪽 날개를 책임지기 때문에 경기력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석석 듀오’의 입지가 워낙 확고하다보니 대한항공에 입단하는 신인 아웃사이드 히터들은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쉽지 않다. 홍익대 19학번-20학번 듀오인 이준(24)과 정한용(22)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준과 정한용은 홍익대 재학 시절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2020년과 2021년 대학리그 전승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상을 싹쓸이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두 선수 모두 얼리로 참가한 2021~22 신인 드래프트에서 정한용은 1라운드 3순위, 이준은 1라운드 7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선 코트보다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한 2023 아시아 남자 클럽선수권대회에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회 출전 목표로 미래 동력이 될 유망주 선수들의 성장을 첫 손으로 꼽았다. 자신의 말대로 A조 조별예선 첫 경기였던 14일 캔버라 히트(호주)와 맞대결에서 이준과 정한용을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용했다.
프로 2년차 신예 아웃사이드 히터들을 주전으로 내세운 틸리카이넨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신장 194cm의 정한용과 187cm의 이준의 플레이는 194cm의 정지석, 190cm의 곽승석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두 선수 모두 안정된 리시브와 전후위 가리지 않는 공격력도 일품이었다.
1세트 초반 콤비플레이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1세트 4-1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공격을 세터 유광우가 건져냈다. 정한용은 이를 곧바로 공격으로 때리는 척하다 왼쪽 측면에 있던 이준에게 점프 토스로 연결했다. 이준은 정한용이 자신에게 토스를 올릴 줄 진작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뛰어올라 캔버라 코트에 공을 내리꽂았다.
두 신예 아웃사이드 히터의 맹활약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1세트를 25-11로 잡고 승기를 잡았다. 그 기세가 2, 3세트에도 이어졌다. 세트스코어 3-0(25-11 25-21 25-12)으로 이번 대회 첫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준과 정한용은 세 세트 내내 코트를 지키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이준은 블로킹 1개, 서브 득점 1개 포함, 12득점을 올리며 임동혁(13득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62.5%에 달했다. 정한용도 블로킹 1개와 서브 득점 2개를 포함해 9점을 올렸다.
리시브에서도 이준은 13개의 상대 서브를 받아 7개를 세터 머리 위로 정확히 올렸다. 정한용도 11개를 받아 6개를 정확하게 연결했다. 두 선수 모두 아웃사이드 히터의 임무인 리시브에서 50%를 넘기는 효율로 ‘석석 듀오’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이준과 정한용은 경기 뒤 수훈선수로 합동 인터뷰를 했다. 이준은 “경기 전 스타팅 멤버라는 얘기를 듣고 설렘과 동시에 걱정이 됐다”면서 “(유)광우형이 코트 안에서 리드를 잘 해줘서 경기가 생각보다 잘 풀린 것 같다”고 답했다.
정한용도 “저도 걱정했는데, (유)광우형이 공을 잘 올려주셔서 잘풀렸다”며 두 선수 모두 주전 세터로 뛴 유광우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1세트 초반 나온 토스-공격 콤비 플레이에 대해 두 선수는 “평소 연습을 많이 하던 부분”이라 답했다. 정한용은 “토미 감독님이 세터나 리베로뿐만 아니라 아웃사이드 히터들에게도 토스 훈련을 많이 하길 원한다. 연습을 많이 한 결과”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준도 “제가 올리고, (정)한용이가 때리는 반대 장면도 가능하다. 토스 훈련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2년간 대학 시절 함께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보니 이날 코트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느껴졌다. 나이로는 두 살, 학번으로는 하나 위인 이준이 “아무래도 코트에 (정)한용이랑 함께 뛰는 게 부담도 적고 가장 편하다”라고 말했다. 정한용도 “대학 시절부터 함께 뛰어온 사이다 보니 (이)준이형과 뛰면서 예전 대학 시절 생각이 났다”고 답했다.
이준과 정한용은 하루 쉬고 바로 바레인전에도 출격한다. 이준은 “바레인이 잘 하는 팀이라고 들었다. 한 번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한용도 “바레인에 요스바니도 있다고 들었다. 내일도 오늘처럼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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