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문 정부 때 이미 오염수 처리 장치 검증" 따져보니…
최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 때도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하는 장치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성 의원은 국민의힘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만든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알프스(ALPS), 이른바 다핵종제거설비는 원전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수의 방사능 물질을 걸러내는 장치입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알프스(ALPS)로 걸러내,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리면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그 데이터를 도쿄전력 홈페이지에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결국, 후쿠시마의 ALPS를 신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인데, 성 의원의 주장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도 ALPS를 검증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성능을 불신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정말 지난 정부에서 ALPS를 검증했던 걸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정부는 2020년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 방침을 세울 조짐을 보이자,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해양수산부 등이 포함된 관계부처 합동TF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현황보고>입니다. 당시에는 외부에 공개된 문서가 아니라 대외비로 분류됐습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에서 해당 문서를 확보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요청해 받아봤습니다.
이 문서에는 ALPS를 포함해, 7차례 걸친 전문가 간담회 결과가 적혔습니다.
일단, "ALPS는 일반적인 원전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성능 확보는 어렵지 않았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세한 근거는 담겨있지 않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ALPS의 정화처리 기능을 포함해 영향평가, 해양확산 등 전체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성 의원 주장의 맥락이 'ALPS에 대한 신뢰성'이라면, 지난 정부에서 작성한 이 보고서는 성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위 부분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취합한 뒤, 전문가들의 '동향'을 정리한 부분에 포함돼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성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 방점을 찍고 정부의 결론인 것처럼 읽히는데, 만일 그렇게 본다면 그 근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해당 보고서는 향후 대응방안을 제시하며 여전히 조심할 게 많다는 뉘앙스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12일 진행된 후쿠시마 현장 시찰단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논의의 핵심은 ALPS 문제였습니다. 한국 측은 ALPS 처리 전후 과정에 대한 시찰을 요구했지만, 일본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논의는 매듭을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ALPS 검증이 사안의 핵심이며, 여전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사실은팀은 성일종 의원의 주장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제가 남았습니다. 사실 성 의원의 주장이 맞느냐 틀리냐를 따지는 건 말꼬리 잡기에 불과할 뿐, 후쿠시마 원전의 ALPS를 정말 신뢰할 수 있는지 따지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오염수 방류 문제의 관건은 ALPS에 대한 신뢰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명확한 팩트체크는 어렵지만, 관련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ALPS 처리수를 충분히 희석한 뒤에 바다로 배출한다. 배출에 앞서 … 방사성 물질 수준이 안전성에 대한 규제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정화한다 …
Discharge of the ALPS treated water into the sea is conducted after sufficiently diluting the ALPS treated water. Prior to the discharge, …… the water is purified until the level of radioactive materials satisfies the regulatory standards for safety ……
- 일본 경제산업성 보고서, 2021년 4월 13일.
2021년 12월, 도쿄전력은 우리의 원자력위원회 격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에 시행 계획을 신청했고, 지난해 7월 NRA는 도쿄전력의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ALPS를 통해 오염수를 거르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 이전부터 여러 차례 우려가 나왔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염수 안에 방사성 물질이 너무 많을 경우 ALPS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일본은 샘플 몇 개 뽑아서 APLS로 돌려보니 괜찮다고 반박했지만, 특정 탱크에 특정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어떻게 샘플링 조사로 모든 오염수 탱크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더군다나 후쿠시마 원전은 일반 원전이 아닌, 사고 원전인 만큼 선례가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실제, 2020년 9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ALPS로 처리한 오염수 가운데 기준치의 100배에서 2만 배에 달하는 것이 전체의 6%, 기준치를 넘긴 것이 70%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일본이 다른 대책을 내놨습니다. 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여러 개 섞어 농도를 비슷하게 맞춘 뒤, 이걸 다시 측정해 기준치를 넘지 않을 경우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특정 탱크에 과도한 방사성 물질이 있어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우려가 있다면, 섞어서 농도를 낮추면 된다, 즉, 오염수를 '균질화'하는 겁니다.
우리는 탱크그룹(tank groups)과 측정/확인 탱크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균일하게 하기 위해, 순환/교반 장비 운용을 내일 시작할 것이다. 이후에, 우리는 희석/방출 이전에 ALPS 처리수가 방출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샘플을 모으고 분석할 것이다.
we will begin operation of circulation/agitation equipment tomorrow in order to make the concentrations of radioactive substances in tank groups and measurement/confirmation tanks homogeneous. Thereafter, we will collect/analyze samples to ensure that the ALPS treated water meets discharge standards prior to dilution/discharge.
- 도쿄전력 보도자료, 2023년 3월 16일.
일본이 마련한 ALPS 처리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파란색 원이 있는 ③번 부분이 핵심입니다.
먼저 ①번 단계,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하고, ②번 단계, 처리된 오염수를 다른 탱크로 옮깁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③번 단계가 시작됩니다.
③번 단계에서는 먼저 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빈 탱크로 끌어오는 유입(Receive) 절차 이후, 교반 장비와 순환 펌프를 사용해 섞는 '로테이션' 과정을 거칩니다. 들쑥날쑥한 오염수를 균질화하는 겁니다. 그런 뒤 물이 방출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해 샘플을 채취하는 측정(Measurement) 절차를 거치고, 기준을 충족하면 이송 펌프를 통해 희석 시설로 옮겨지는 방류(Discharge) 절차가 진행됩니다.
그렇게 관을 따라 수조로 옮겨지는 ④번 단계가 진행되고, 수조에서는 오염수과 바닷물과 섞이며 희석되는 ⑤번 과정이 진행됩니다. 알려진 대로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는 ALPS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농도를 낮춰 기준치를 맞추는 겁니다.
그렇게 ⑥번, 해상 방류 단계가 이뤄집니다. 해상 방류는 해저터널을 뚫어 1km 멀리 내보내는 방식입니다.
즉, 오염수 방류의 관건은 '균질화'가 얼마나 잘 이뤄지는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IAEA는 지난해부터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전문가들이 검증단TF를 구성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및 방류 과정을 조사해 왔는데, 지난달 펴낸 4차 보고서에 균질화 부분이 담겼습니다.
일단, IAEA 검증단의 평가는 '만족'이었습니다.
6일 동안 각 탱크의 여러 지점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채취한 물 샘플에서 농도를 측정했다. 이 기간이 끝나면 각 탱크의 여러 지점에서 채취 한 샘플에서 방사성 핵종의 활성 농도도 측정되었습니다. …… Task Force는 이 테스트를 통해 균질성이 입증됐으며 수행된 샘플링 범위가 적절하다는 데 만족했습니다.
The concentrations of this tracer were measured in water samples collected at multiple points in each tank at regular intervals over a 6-day period. At the end of this time, activity concentrations of radionuclides were also measured in samples collected at multiple points in each tank. …… The Task Force was content that homogeneity was demonstrated by this test and that the extent of sampling undertaken was adequate.
- IAEA 4차 보고서, II.6. 소스 및 환경모니터링 프로그램, 29쪽
물론 IAEA가 만족했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당장은 안전하다고 해도, 앞으로 이런 결과가 유지될 수 있다는 기술적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를 입증할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습니다. 그간 한국을 비롯해 원전을 운용하는 모든 국가들이 오염수를 정화해 내보내왔지만, 사고 원전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는 건 이번이 첫 사례입니다. 30년에 걸쳐 나눠 내보낸다고 해도, 이렇게 엄청난 양의 오염수를 방류하는 건 유례가 없습니다.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정보 공개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은 가장 가까운 인접국입니다. 해류 흐름상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지라도, 사람들이 갖는 불안과 공포를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방사능 문제는 늘 최악을 상정하며 매우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문재인 정부 때 전문가들이 후쿠시마의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검증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의 주장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주장의 근거가 된 문건을 확인한 결과, 전문가들이 간담회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전달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해당 보고서는 ALPS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을 하고 있지는 않고 있으며, 정부의 판단이 아닌 전문가 동향 보고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에 사실은팀은 성일종 의원의 주장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①편 : [사실은] "한국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일본 주장, 따져봤습니다
[ https://news.sbs.co.kr/n/?id=N1007137286&plink=TITLE&cooper=SBSNEWSINFACT ]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②편 : [사실은] "후쿠시마서 기준치 14배 우럭"…피폭량 얼마나?
[ https://news.sbs.co.kr/n/?id=N1007148209&plink=TITLE&cooper=SBSNEWSINFACT ]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③편 : [사실은] 같은 보고서 놓고 민주당 vs 민주당, 누구 말 맞나?
[ https://news.sbs.co.kr/n/?id=N1007157321&plink=TITLE&cooper=SBSNEWSINFACT ]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④편 : [사실은] 후쿠시마산 일본 수입 멍게 국내 팔리고 있다?
[ https://news.sbs.co.kr/n/?id=N1007162360&plink=TITLE&cooper=SBSNEWSINFACT ]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⑤편 : [사실은]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 구분법', 맞는 걸까요?
[ https://news.sbs.co.kr/n/?id=N1007161968&plink=TITLE&cooper=SBSNEWSINFACT ]
(작가 : 김효진, 인턴 : 염정인, 여근호)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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