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바닥? 1년간 400조원 넘게 순매도했던 미 기관투자자들 매수 노린다
연준 기준금리 인상 없을 것이라는 전망 나오면서
미 기관투자자들 저가 매수 시기 고민중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미 증시 흐름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지난 12개월 동안 3000억 달러(약 401조 원)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기관투자자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속 등의 악재로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이에 따라 액티브 펀드(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성적도 부진했다. 올해 1·4분기 액티브 대형주 뮤추얼 펀드 3개 중 1개만이 벤치마크를 상회하는 데 그쳤다. 현재 미 증시가 저점이라는 진단이 속속 나오면서 향후 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흐름이 주목된다.
14일(현지시간)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초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미국 기관 투자자들은 3339억 달러(약 446조 6246억 원)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동안 개인 투자자도 280억 달러(약 37조 4528억 원)의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뺐다.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지난 12개월 동안 400조 원이 넘게 주식을 순매도 한 것은 이 기간 동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 미국 경기 둔화 등의 우려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분석했다.
미 기관투자자들의 전망처럼 실제로 미국 증시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지난주 S&P 500 지수는 0.3% 하락, 지난 3월 말 이후 지수가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올 들어 7.4% 상승한 기술주 강세 이후 미증시가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기관투자자들처럼 향후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개인 투자자의 41%가 앞으로 6개월 동안 미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올해 초 미 증시가 반등하기 전인 지난해 9월의 최고치인 61%보다는 낮은 전망치다. 하지만 과거 평균인 31%보다 높은 수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미 증시에서 유일하게 순매수를 지속한 세력은 헤지펀드였다. 헤지펀드들은 연초 이후 미 증시에서 308억 달러(약 42조 2320억 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1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투자사 나틱시스투자매니저스의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인 잭 자나시에비츠는 "고객들과 미팅에서 (주식 상승 흐름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지만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관투자자들도 계속 투자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지지부진한 미 증시 주가 흐름에서 리스크를 감내하고 순매수를 지속할 세력은 거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 시점을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보고 있는 자산운용사들도 꽤 있다. 주식 투자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 증시 반등을 위한 긍정적 재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기관투자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연준은 이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발표했는데 미국의 금리 선물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올 가을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하게 전망하고 있다.
래퍼텡글러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낸시 텡글러는 최근 몇 주 동안 미 증시가 횡보세를 보이고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이 순매수를 했다고 전했다. 텡글러는 "우리가 보기에 시장이 약세일 때 항상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틱시스투자매니저스의 자나시에비츠도 "현재 미 증시는 하락폭을 제한하고 호재가 나오면 시장을 손쉽게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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