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공개” 외친 김남국, 코인 핵심 자료 안내고 탈당했다
김남국 의원이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몇 시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자진 탈당했다. 김 의원은 앞서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하겠다며 진상조사단 구성을 스스로 요청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탈당 직전까지 조사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4일 의총 브리핑에서 “진상조사단이 김 의원에게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용거래소, 전자지갑, 거래 코인 종목, 수입 등 현황 관련해서 요청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모든 자료가 제출 안 된 상태에서 김 의원이 탈당해 조사 경과 발표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김 의원이 스스로 한 말과 배치되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가상화폐 의혹 관련 “왜곡‧의혹 보도를 차단하기 위해 철저하고 강한 검증이 필요하니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체 조사팀을 꾸리기로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앞으로 진상조사단에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하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다음날인 11일 진상조사단 첫 회의를 열고 김 의원에게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났으나 김 의원은 진상조사단에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김 의원은 또 “당으로부터 가상화폐 매각 권고를 받았다”며 “당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김 의원이 실제로 코인을 매각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14일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하며 복당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진상조사단 요청으로 ‘시간 끌기’를 한 뒤 정작 코인 거래 내역이 공개되기 전 ‘꼼수 탈당’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탈당했더라도 추가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진상조사단 내부에서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지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진상조사단 팀장 김병기 의원은 “지금부터는 김 의원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탈당하자마자 협조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시간관계상 ‘거래내역’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5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이미 요청받은 대부분 자료는 제출했다”며 “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기사가 나왔던데, 거래내역은 예컨대 하루에 1000만개(코인)를 거래한다고 하면 1개, 2개, 100개씩 쪼개져서 체결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취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12일에 거래소에 통계를 내서 달라고 했는데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의원실에서 사흘 내내 매달려서 통계를 내도 물리적으로 모든 거래 내역을 취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했다. 취합하기엔 너무 많은 거래 내역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형 화면으로 거래내역을 열람해서 (진상조사단에)보여드렸다”며 “당에 처음 진상조사를 요구한 게 바로 저였고, 조사를 피하기 위해 탈당한 건 절대 아니다”고 했다. 진행자 김어준씨는 “자료 제출하지 않기 위해서 탈당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 정도 입장이라면 요청하면 더 낼 수도 있겠죠”라고 했으나, 김 의원은 이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