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인상” vs 조선 “인하”… 후판값 협상, 난항 거듭

장병철 기자 2023. 5. 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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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둘러싼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올해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누적 영업 손실과 가격 경쟁력 등을 내세워 후판가를 내려야 한다고 맞서 양측의 접점 찾기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등 후판의 원재료 가격이 올해 들어 크게 오른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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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 선박 제조원가 20% 차지
2021년부터 작년까지 3회 급등
철강 “철광석 등 원자재값 폭등
수익성 안 좋아져 인상 불가피”
조선 “중국산 대응하려면 인하
실적 회복세 찬물 끼얹을 수도”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둘러싼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올해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누적 영업 손실과 가격 경쟁력 등을 내세워 후판가를 내려야 한다고 맞서 양측의 접점 찾기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아직도 상반기 후판가 협상을 종결짓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3월에서 늦어도 4월에는 협상을 마무리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올해 일정이 크게 늦춰지고 있는 셈이다.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은 가격을 놓고 양측 간 입장 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은 2021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물류 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 등으로 3차례 연속 가격이 뛰었다. 2020년 하반기 t당 60만 원이었던 후판가는 지난해 상반기 120만 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철강·조선업계는 10만 원 인하에 합의한 바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등 후판의 원재료 가격이 올해 들어 크게 오른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t당 8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철광석 가격은 올해 들어 130달러까지 치솟은 뒤 최근에는 100달러 이상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점도 가격 인상의 주된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9.1% 하락한 251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인상이 장기 부진 이후 겨우 회복세인 실적 개선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가격 인하를 강력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된 이후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5년부터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22분기 만인 올해 1분기 흑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후판 가격 인상이 자칫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산보다 t당 20만 원 정도 저렴한 90만 원대”라며 “자국 정부의 각종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후판가로 가격 경쟁력에서도 차이를 확대하면 우리 조선사들은 불리한 여건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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