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010′ 변환... 보이스피싱 중계기 375대 설치한 일당 검거
건물 옥상·휴게소 차량에도 설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위해 해외 발신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게이트웨이)를 대량으로 국내에 설치·관리해 온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해외에서 부품을 배송받아 중계기를 조립한 뒤 건물 실내는 물론 야외까지 중계기를 설치해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관세법 및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로 중계기 공급 국내 총책인 A(37)씨를 비롯해 유통책·관리책 등 14명을 검거해 전원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설치한 중계기 87대와 노트북 6대, 공유기 42대, 휴대폰 110대, 유심 466개 등 750대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A씨는 지난 1월부터 중국 현지에서 주로 항공우편으로 단자, 박스, 안테나 등 중계기 부품을 건네받은 뒤 조립해 국내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모두 375대를 제작하고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중국에 있는 해외총책 B(중국 교포)씨와 메신저인 위챗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한대에 15만원을 받고 중계기를 조립했다.
A씨는 또 운반책과 관리책들을 통해 중계기를 수도권 13곳, 충청권 6곳, 전라권 15곳, 경상권 10곳 등 모두 44곳에 분산 설치했다. B씨는 중계기를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콜센터에 대가를 받고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설치한 중계기를 활용한 전화금융사기 피해 금액은 경찰에 확인된 것만 46억원 상당, 피해자는 182명으로 나타났다.
A씨 등은 중계기를 고속도로 휴게소 내 차량 트렁크나 아파트 지하, 상가 옥상 등 인적이 드물어 적발이 어려운 위치에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풀밭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중계기를 운영하거나, 건물 옥상의 이동통신사 중계기 바로 옆에 통신사 부품을 가장해 설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해외 총책 B씨는 정보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총책 A씨를 비롯한 조직 구성원들을 모두 지인들로 구성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교포들로 파악됐다. 또 중계기 속에 위치추적기를 함께 조립해 중국 현지에 있는 B씨가 중계기 배치 현황과 단속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화금융사기 전담팀을 구성해 전국의 불법 중계소를 단속하던 중 A씨 조직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추적 끝에 지난 3월 중순 경기 파주시의 한 주택에서 A씨를 검거했다. 이어 추가 수사를 통해 관리책 등 13명을 차례로 붙잡았다.
A씨의 조직은 모두 30명으로 구성됐는데, 전담팀이 체포한 14명 외에 나머지 16명은 전국 각 경찰관서에서 차례로 체포돼 모두 구속됐다. 경찰은 또 중국에 있는 해외 총책 B씨의 신원을 특정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건물 옥상 분전함 또는 아파트 계단 등에 중계기를 위장 설치한 불법 중계소가 무인 운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니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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