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KBS 주말극도 넘어설 듯, 대박 난 '닥터 차정숙'의 인기 비결
[엔터미디어=정덕현] 17.9%(닐슨 코리아).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시청률이 심상찮다. 4.9%로 시작해 매 주 계단식으로 껑충껑충 상승해온 시청률이 20%를 목전에 두고 있다. 10회에 거둔 이 수치는 16부작인 이 드라마가 20%를 넘기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는 예감을 갖게 만든다.
같은 시간대는 아니지만 주말극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KBS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가 20%대를 오르내리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닥터 차정숙>의 대박 시청률을 실감하게 된다. 오래도록 고정 시청층을 갖고 있는 KBS 주말극인데다, 저녁 8시 좋은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는 점을 떠올려 보면, 10시30분에 편성된 <닥터 차정숙>의 시청률이 얼마나 압도적인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대체 <닥터 차정숙>의 인기 비결은 뭘까. 시청률이 인기의 척도가 되던 시대는 지났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찾아서 보는 드라마가 된 데는 그만한 요인이 없을 수 없다. 이 드라마는 '닥터'를 내세워 마치 의학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불륜을 소재로 코믹하게 풀어낸 가족드라마에 가깝다.
20년간이나 전업주부로 살다 자신의 꿈을 다시 실현시키려 레지던트를 시작한 차정숙(엄정화)이 남편 서인호(김병철)의 불륜(심지어 아이까지 있는)을 알고 각성해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따라서 드라마는 불륜을 소재로 풀어낸 막장 드라마들의 서사를 가져왔다. 오래도록 불륜을 숨기며 두 집 살림을 해온 남편, 며느리 구박하던 시어머니, 여기에 간 이식 수술로 죽을 위기까지 넘긴 주인공, 본처와 불륜녀 사이의 대결구도 등등. 그 서사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이러한 막장의 틀을 가져오면서 이를 발랄한 코미디로 풀어낸다는 게 <닥터 차정숙>의 중요한 인기요인이다. 즉 막장 상황이 전개되지만, 그걸 풀어내는 과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보다는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물론 눈물과 분노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최강 빌런일 수 있는 서인호가 끝없이 전전긍긍하고 망가지는 모습은 이러한 응어리들을 통쾌한 웃음으로 바꿔 놓는다.
드라마는 그래서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의료봉사를 나갔다가 모두가 술이 취해 레지던트인 차정숙이 아기를 받아내는 그런 상황들이 그렇다. 또 의학드라마가 갖고 있는 전문적인 디테일들도 드라마는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다. 그건 이 드라마가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는 있지만, 그것보다 가족과 불륜 같은 인물관계에 더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연성도 부족하고, 상황들은 다소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막장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막장 같지 않은 건 '유쾌한 판타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막장이 주는 불쾌함에 머무는 게 아니라, 유쾌한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그 때 그 때 풀어내 보여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사이다의 시원함을 느끼며 보게 된다.
사실 KBS 드라마와 비교하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닥터 차정숙>은 의학드라마가 같은 장르드라마가 아니라 가족드라마에 더 가깝다. 차정숙이 어떻게 시월드에서 벗어나 자립해가는가를 특유의 사이다 전개로 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중요하지만 가족만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이 먼저 중요하다는 걸 이 드라마는 담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의 무개연성이나 막장적 요소들도 받아들인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 역시 달라지고 있는 가족 체계에 대한 서사를 밑그림으로 깔고 있다. 다양한 가족 양태가 가능하고, 그건 혈육을 넘어선 인연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그리고 있다. 우리 시대의 '진짜' 가족이란 혈연만이 아닌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KBS 주말드라마가 갖는 가족에 대한 보수적 관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와 핏줄에 집착하는 모습이 그렇고, 굳이 '진짜'에 몰두하는 모습이 그렇다. 진짜 부부인가, 진짜 혈육인가 등등.
<닥터 차정숙>을 보면 전문적인 직업적 디테일이나 개연성은 다소 떨어져도 이를 그려나가는 방식에서 인물의 변화하는 관계와 감정들을 담는 방식은 훨씬 치열함이 느껴진다. 또 그걸 코미디로 풀어나가는 완성도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있어서 현재의 달라지고 있는 가치관을 보다 과감하게 풀어내고 있는 지점이 이 작품이 막장의 성격을 띠어도 호감을 갖게 만드는 이유다. 이제 거의 유일한 가족드라마의 보루처럼 남아있는 KBS 주말드라마가 지금의 대중들이 가족드라마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고 무얼 원하는지를 참고할만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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