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사’ 고진영이 돌아왔다 … 다시 ‘지구 최강의 아이언 샷’을 장착하고
대회 마지막 날이면 온통 하얀색 갑옷을 몸에 두르고 전광석화 같은 아이언을 휘두르는 ‘골프의 백기사’ 고진영(27) 얘기다.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몽클레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 달러) 최종일, 고진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화이트’로 무장했다.
대회 최종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빨간색 상의를 입고 우승에 대한 투지를 다지는 것처럼 고진영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대한민국의 에이스답게 하얀색 옷으로 승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이날 시작할 때 전날 선두에 오른 호주 동포 이민지와는 4타 차. 몰아치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뒤집기가 만만치 않은 타수 차이였다.
하지만 ‘백기사’ 고진영의 추격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전날과는 사뭇 달라졌다. 전날 이민지가 67타를 치며 선두로 치고 오른 반면 고진영은 72타를 치면서 주춤했다.
이민지보다 앞서 출발한 고진영이 3번과 4번 홀 그리고 7번 홀(이상 파4)에서 버디를 떨어뜨리며 추격의 끈을 당겼다. 5번 홀까지 파행진을 하던 이민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6번 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것이다.
이번에는 충격적인 더블보기로 공동 선두를 허용한 이민지가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시작됐다.
7번 홀에서 곧바로 버디를 떨어뜨린 뒤 11번(파4)과 12번(파5) 그리고 15번 홀(파3)에서도 버디를 성공하며 다시 고진영과의 타수 차이를 2타로 벌렸다. 그 사이 고진영은 12번 홀에서만 버디를 더했다.
하지만 짜릿한 역전 드라마는 마지막 3개 홀에서 준비되고 있었다. 16번 홀(파4)에서 이민지가 보기를 하면서 1타차로 좁혀졌고 고진영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4.5m 내리막 퍼팅을 넣으면서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버디만 5개를 잡은 고진영은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했다.
이민지가 17번과 18번 홀에서 버디를 더하지 못하면서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고,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이민지가 3퍼트로 보기를 범하면서 최종 승자는 파를 지킨 고진영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은 강력한 드라이브 샷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 드라이브샷 거리 부문에서 평균 258.45야드로 88위였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평균 273야드를 때렸다. 티샷부터 자신감과 힘이 넘쳤던 것이다.
특히 최종일에는 14홀 중 6차례 페어웨이를 벗어날 정도로 티샷 정확도가 좋지 않았고 6번 그린 미스가 나올 정도로 그린 적중률도 썩 좋지 않았지만 그린 근처 플레이와 퍼팅 능력이 돋보였다. 세 번이나 벙커에 들어갔지만 모두 파를 세이브 했고 라운드 당 퍼팅수도 27개로 나흘 중 가장 적었다.
그래도 이번 시즌 고진영을 떠받치는 동력은 지구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언 샷 능력이다. 손목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지난 해 특히 아이언 샷이 문제를 일으켰다. 71.52%로 40위였다.
루키 해였던 2018년 1위(77.00%), 2019년 1위(79.56%), 그리고 순위를 매기지 않았던 코로나19의 2020년을 건너뛰고, 2021년에도 2위(78.77%)에 올랐던 고진영으로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올해 그린적중률 4위(75.46%)를 달리고 있는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도 75%로 비슷한 정확도를 보여줬다.
‘돌아온 백기사’ 고진영의 아이언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아야겠다고.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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