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철강 “전기요금 인상, 이해는 하지만…”

박성우 기자 2023. 5. 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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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 못할까 걱정

한국전력이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와 통신, 철강·금속 기업의 생산비용은 늘어나게 됐다. 기업들은 인플레이션(고물가)과 소비 침체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오는 16일부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원 올린다. 한국전력은 작년에 사상 최대규모인 32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 작년에 전기·가스비 부담 8756억원 증가

국내 전력 소비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기·가스비 등 유틸리티비용으로 3조7795억원을 썼다. 2021년보다 30.2%(8756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전력 소비량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 역시 동력 및 수도광열비가 2021년 1조2385억원에서 1조5621억원으로 26.1%(3236억원)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설비의 환경을 유지하려면 냉난방과 공기순환 등이 필수여서 반도체기업은 전력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 3사 역시 전력 사용량이 많은 5G 통신 가입자가 늘면서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폭이 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수도광열비가 3013억원으로 2021년보다 14.5%(381억원)늘었고,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17.5%(429억원) 증가한 2881억원을 전력요금으로 썼다. KT는 기저효과로 지난해 전력 수도요금이 전년보다 5.8%(200억원)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등 자동차 산업은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전기차 충전비용이 증가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향후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운행비”라며 “충전요금이 계속 인상되면 탄력을 받고 있는 전기차 전환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전기로. /현대제철 제공

◇ 365일 돌아가는 전기로... 전기요금 두자릿수 오름세

전기로를 운영하는 철강기업들 역시 생산비용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전기로 기업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전력비 및 연료비로 2조4296억원을 썼다. 2021년 2조1706억원보다 11.9%(2590억원) 증가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전력비로 2806억원을 지출해 2021년 2443억원보다 14.8%(363억원) 늘었다.

금속업계도 마찬가지다. 광석에서 순도가 높은 금속을 뽑아내기 위한 전기 제련 과정에서 전력 소모량이 크다. 고려아연은 전력비가 지난해 2033억원으로 2021년 1944억원보다 4.6%(89억원) 증가했고, 영풍은 같은 기간 23.8%(336억원) 늘어난 174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전력비 지출은 더 커지게 됐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을 올해 1분기 ㎾h당 13.1원(9.5%) 인상한 데 이어 2분기 전기요금도 ㎾h당 8원(5.3%)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시장 침체, 고금리,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생산비 늘어나는데… 제품 가격·수요 내림세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들은 오른 전기요금을 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걱정한다. 반도체업계는 수요 약세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메모리 반도체 D램 가격이 1분기보다 13~18%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같은 기간 8~13%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업계 역시 전기로 핵심 제품인 봉·형강 판매가 건설산업 수요 부진으로 저조한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근 판매량은 231만3000톤(t)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2%(9만9000t) 감소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난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전기요금 인상은 우선 원가 절감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자체 발전소 가동을 늘려 전기요금 변동에 대응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조6800억 원을 투입해 이천·청주 공장에 자체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울산 온산제련소 LNG 복합 발전소의 가동률을 지난해보다 2배가량 끌어올려, 제련 조업에 필요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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