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서희건설 "공사비 400억원 더 내" 조합원 대거 경매처분 위기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여파로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현장마다 시공사와 조합간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시공사와 대립해 사업이 몇 년째 지연되고 있다. 공사비는 5년 전 대비 56%가량 증가한 상황.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합이 사업 초기 받은 '브리지론'(고금리 단기 대출) 이자 대납을 시공사인 서희건설이 중단한 것이다. 대출이자 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조합은 시공사가 '나 몰라라'한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8일 찾은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산87-11번지 일대 평내1구역 재건축(진주아파트) 추진 현장. 인근엔 2000년 준공된 대명아파트가 보였고 허름한 아파트 상가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지어진 지 오래돼 보이는 2층짜리 상가들이 눈에 띄었다. 건물엔 식당·공인중개업소·주점, 큰 마트 하나 외에는 편의시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평내 진주아파트 재건축은 기존 1231가구를 헐고 지하 3층~지상 29층, 21개동에 전용면적 46~84㎡ 1843가구(임대 46㎡ 105가구 포함)를 짓는 사업이다. 현재 진주아파트는 철거와 조합원 이주가 이뤄진 상태다. 공사 가림막이 설치된 현장엔 무성한 잡초와 함께 건설자재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가림막엔 '진주아파트의 잃어버린 시간 서희건설이 찾아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회색 철문으로 이뤄진 가림막 위로 파란색 천의 또 다른 가림막이 보였다. 좀 더 걸으니 시멘트 칠이 다 벗겨진 큰 담벼락이 나타났다. 담벼락 근처는 대낮임에도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쓰레기가 한 가득 쌓여 있었고 불 꺼진 컨테이너 위엔 '떡볶이 만두'라고 적혀있는 간판이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진주아파트 철거 현장엔 차들만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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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09년 두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침체기가 이어지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어려움을 겪는 등 사업추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한 달 후쯤인 2012년 5월24일 시공사 계약이 해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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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희건설은 "적법한 계약으로 사업권을 따낸 만큼 시공사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다"며 조합과 법적 공방을 벌였다. 서희건설은 의정부지방법원에 조합을 상대로 '입찰절차진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했다. 조합은 지난해 총회를 열고 서희건설에 대한 시공사 해지 및 공사도급계약의 해지와 관련된 일체의 결의를 무효로 한다는 안건을 가결했다. 서희건설의 시공사 지위가 회복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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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관계자는 "서희건설은 지난해 다시 시공사가 된 당시만 해도 곧바로 착공도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사업을 거의 방치하고 있어 조합원들 사이에선 (서희건설에 대한) 감정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희건설을) 믿고 재건축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사업비 대여도 하지 않고 이주비 이자까지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하면서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브리지론 대출 연장이 되지 않아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한 것과 관련, 이 관계자는 "지난 4월29일이 브리지론 대출 만기였지만 서희건설은 사업비는커녕 이자조차 내지 않아 연체됐고 은행으로부터 기한이익상실 공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시공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조합원들은 이주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고 덧붙였다.
서희건설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언론사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희건설 내부사정을 잘 아는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희건설은 최근 몇 년 동안 홍보 직원들이 줄퇴사했다"고 귀띔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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