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간호사들 “팬데믹 속 의사 파업에도 현장 지켰는데…치욕적”

이혜영 기자 2023. 5. 15. 11: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與 ‘국민 생명 볼모 입법독주’ 규정에 거센 반발
“간호사들 모독했다 생각…분노와 배신감 너무 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5월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축하 한마당' 행사에서 간호사들이 '간호법'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거부권)를 공식 건의키로 하면서 의료계가 폭풍전야다. 간호사들은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간호법을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입법독주'라고 규정한 것에 강력 반발하며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태세다. 

김원일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은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간호법을 대하는 여당과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간호사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기정사실인 것 같다는 진행자 질문에 "어제(14일) 발표는 의사협회 성명서를 보는 듯 했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여당과 보건복지부 발표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허위사실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국회 문턱을 넘은 간호법 제정안을 국민의 생명을 외면한 '입법독주 결과물'로 평가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한 의사들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재난적 의료 위기 상황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진료 거부를 했었다"며 "그때도 간호직은 그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홀로 의사 없이 그 현장을 지켜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법안을 깎아내린 것에 대해 간호인들은 "모독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주 치욕적인 발언이다' 이렇게들 굉장히 분노가 크다"고 김 위원은 전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월12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에서 단식 중인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을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 '공약'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인 것에 대해서도 협회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 위원은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이 얘기했고, 그 다음에 (윤 대통령이 직접) 덕담을 나눈 게 '간호협회 숙원사업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다'(했는데) 간호법이라는 걸 누가 모르겠느냐"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여당에서 '공약은 아니었다' 등) 그런 얘기하는 게 되게 옹색해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공약한 적 없다는) 그 주장을 해서 되레 국민의힘이 굉장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은 의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데 대해 "미국의 간호사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거라는 한 마디로 있지도 않은 상상, 다른 나라의 제도를 갖고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간호조무사들이 '학력 차별' 등의 이유로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존재하지 않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조항을 신설한 건 2012년 보건복지부"라며 "조항 자체가 학력 차별도 아니"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간호조무사들의 학력 제한 관련 주장이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저도 간호조무사 교육 과정을 거치면 바로 시험을 볼 수 있다"며 "간호조무사 응시하시는 분들의 50%가량이 대졸이상 학력을 가지신 분들이다. '고졸 이하로 학력을 제한했다'는 것은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근데 이걸 어떻게 공권력(정부·여당)에서도 똑같이 주장하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정부가 '간호사 처우법' 등의 중재안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간호법은 처우를 위해 만든 게 아니"라며 "간호사 처우는 정책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김 위원은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의료행위는 의사만 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며 "간호사도 의료인이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호사 의료행위는 건강증진과 건강증진 활동 기획 및 수행 등 현재 의료법에 있는 조항들로, (현행법과 동일하게) 그런 것들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질병 관리나 돌봄서비스를 의료 기관이 아닌 시설과 가정에서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영역의 의료 수요를 위해 간호법 제정을 통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와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응급구조사 등 다른 보건의료 직역들의 반대에 대해서는 "간호법으로 인해 그동안 반대 의견을 냈던 분들의 업무가 침해되는 게 절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히려 의사가 부족한 상태에서 의사의 업무가 다른 직역에 전가되는 현 상황이 더 문제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의료기사나 다른 분들에 대한 보완입법과 더불어 업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면서 간호법도 같이 재추진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