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치 내건 ‘한미 가치동맹’ 양국 기업에 윈윈될 것” [70th 창사기획-한미동맹 70, Alliance Plus]
방미 성과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창출
한국기업 불이익 없어야 가치동맹 도움
尹정부 1년, 경영환경 좋아져 긍정적
4대그룹 전경련 복귀 토대 마련할 것
대담 : 권 남 근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산업부장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의 방미는 숫자로 표시할 수 없을 수준의 큰 성과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지난달 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대규모 경제사절단 동행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더욱 결속력 있게 강화하면서도, 한국 경제와 기업에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유·무형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자유’라는 단어를 수십차례 언급했다. 미국·일본·중국 등이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에서 어떤 국가와 친구를 맺을 것인지, 불확실성 위기에 내몰린 국내 기업과 경제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지 등에 대한 답을 그는 ‘자유로운 국가,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에서 찾는다고 했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우선 한국과 미국이 자유로운 국가를 공동으로 추구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한미동맹이 이 같은 자유의 기치를 내건 ‘가치동맹’으로 확대·발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끈끈한 동맹 관계를 통해 개인의 자유권을 높이면서도 국내 기업과 경제인들이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국내 경제인들에게 부담이 되는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해 달라는 점을 지난 방미 기간에 충분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가치동맹’을 한국과 미국이 공유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불리한 조건을 내세울 경우,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한국 내의 여론이 나빠져 미국이 원하는 경제협력 관계를 더 이상 구축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미국 주요 정·관계 인사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말부터 회장직무대행을 맡으며 약속했던 6개월 임기의 반환점을 막 돈 김 회장직무대행은 전경련 재건의 중책을 맡은 이유 역시 자유에서 찾았다. 그는 “우리 사회에 자유시장주의를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전경련 말고 또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만간 직접 발표할 전경련 개혁안을 통해 ‘국민 속으로 더욱 파고는 전경련’의 비전과, 기업인들이 ‘정경유착’의 불명예를 쓴 과거와도 결별할 수 있는 토대를 선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명실상부한 재계 맏형으로서 전경련의 위상을 다시 되찾아 올 것이라는 의지도 피력했다. 다음은 김 회장직무대행과의 일문일답.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인들과 방미했다. 김 회장직무대행이 보는 한미동맹은 무엇인가.
▶한미동맹을 말하기 전에 생각해 볼 중요한 질문이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이냐”, “어떤 나라를 만들어서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냐”이다. 당연히 사회 구성원 모두 자유로운 가운데 풍요를 누리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그 방법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른 자유주의 국가들과 좋은 친구를 맺고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다. 과거에 한국 자유주의는 공산권과 다투는 ‘반공주의’에 갇혀 있었지만, 이젠 개인과 국가의 자유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 한미동맹은 바로 이런 자유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가치동맹’이다. 한국은 이제 ‘추종자(팔로워)’가 아닌 ‘선도자(프런티어)’다. 이럴 때는 개인의 열정과 상상력, 창의력, 혁신역량이 국가 미래를 결정한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나라는 국가 권력이 너무 강하다. 반도체 공장을 봐라. 경쟁 국가에서 2~3년이면 짓는 것을 한국에선 8년이 걸린다. 대한민국 국민이 열정, 상상력, 창의력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한미동맹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법과 IRA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방미로 어떤 성과가 있었나.
▶방미 당시 내가 로버트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을 만나고, 워싱턴에 있는 주요 연구소를 방문하며 직접 설명했다. 자유주의 깃발을 든 정부가 한국에 들어서서 노력하고 있는데, 자꾸 한국경제에 불리한 조치를 미국 정부가 하면 한국 내에서 ‘미국에 잘해봤자, 아무것도 좋은 것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달했다. 이 경우 한국 내 자유주의 정부나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의 힘이 빠져 미국과의 가치동맹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례상 미국 측에서 즉답이 있진 않았지만, 우리가 함께 가야 한다는 의지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 오늘(12일) 오전에도 캐슬린 스티븐스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이 전경련을 다녀갔다. 한미 국가의 관계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전경련이 최근 한미 관계를 넘어 한일 관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나.
▶한국 입장에선 일본 역시 미국과 같은 가치동맹을 맺은 국가로서,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며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나. 한국과 일본이 가진 것을 보완하겠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반도체다. 일본은 소재·부품·장비가 강하고 한국은 양산체제 등 제조 프레임워크를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이 두 국가가 힘을 합쳤을 때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차전지 등에서도 희귀자원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데, 두 나라 노력으로 확보하는 것이 더 낫다. 또 양국이 미국의 반도체법이나 IRA와 관련해 공동 이익을 위해 함께 설득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올해 한일재계회의도 연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서울에서 일본 경단련과 함께 한일산업협력포럼을 개최해 양국 간 경제·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단체들이 설립하는 ‘한일미래파트너십기금’은 잘 진행될 것으로 보나.
▶재단에서 향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양국 기업들이나 국민이 ‘정말 바람직한 일을 하는구나’하면 더 많은 기금이 모일 것이다. 기금의 목표액을 따로 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로선 일본이 절차적으로 좀 더 빨리 실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재단 설립 시 등기만 하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관할 기관을 정하고 재단을 ‘지정기부금단체’로 만들어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족 감정만 앞세우고 과거에 사로잡혀, 더 이상 양국 간의 미래를 막아선 안 된다.
-한미, 한일 간 관계가 강화될수록 중국과의 관계 고민이 깊어진다는 시각이 있다.
▶가장 먼저 어떤 나라와 협력할 것인지를 정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가 최우선 협력해야 할 국가는 미국이다. 많은 사람이 중국, 북한, 러시아와도 가깝게 지내 동북아 불안요소를 줄여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교역의 파트너다. 한국은 미국과 힘을 합쳐 자유와 풍요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중국·러시아 등과는 평화를 찾는 대안을 택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났다. 기업 경영 환경은 개선됐나.
▶많이 개선됐다. 지난 정부 때는 대기업이 자기들만의 폐쇄적인 이익을 챙긴다는 생각으로, 기업을 억누르는 정책을 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대기업이 있어야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이 있고, 이것이 다시 소득재분배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 다만 글로벌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아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지난 1년간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자유주의 깃발에 걸맞게 입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정부의 곳곳에서 여전히 관료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또 여소야대의 구조로 국회에서도 관련 정책을 실행할 입법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정치적 선전(프로파간다)에 주력하는 목소리가 큰 것도 여전히 큰 문제다. 예를 들면 최근 건설노조 사례를 보라. 굉장히 불합리한 관행들이 자리 잡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나 정치적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나 공정한 질서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자유주의가 시작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경련 역할에 국민이 더 주목하는 것 같다. 조만간 발표할 전경련 개혁안 방향은 어떻게 되나.
▶국민을 두려워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또 국민 속으로 기업과 전경련이 더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자유시장경제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얘기하는 조직이 되려고 한다. 아울러 정부로부터 압박이 있을 때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이다. 일종의 차단장치다. 동시에 기업에 도움이 되고, 특히 글로벌 차원에서의 경제협력을 선도하는 역할도 하려 한다. 구체적인 것은 곧 밝히겠다.
-전경련 조직의 위상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먼저 전경련이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후 4대 그룹이 ‘이거 꼭 들어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이같은 때에 (최근 ‘한국판 버핏 점심’ 1호 기업인 역할을 맡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대단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은 기업이 소비자와 국민 사이에 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민에게 미움받는 기업이 뭘 하겠나. 전경련 개혁안에도 이런 내용이 담길 것이다. 6개월이 되면 계획대로 물러날 예정이다. 다만 이후에도 고문이든 자문이든 필요한 역할을 하면서 도움을 주고 싶다.
-전경련의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국제적 수준의 싱크탱크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싱크탱크의 역할을 종전보다 강화할 것이다.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글로벌 사회의 변화에 따른 연구 기관의 역할을 확대코자 한다. 예들 들어 반도체법이나 IRA를 사전에 감지해서 국내 기업들이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에서 실질적으로 사안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자유시장 체제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관련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를 타파하자고 강력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
정리 정태일·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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