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화를 010으로”… ‘전화금융사기용 중계기’ 국내에 수백대 유통한 일당 검거
전화금융사기를 위해 국제 전화로 걸려 온 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국내에 공급한 일당이 경찰에 체포됐다. 국내에 ‘전화금융사기용 중계기’를 공급하는 조직의 총책이 검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관세법 및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로 중계기 공급 국내 총책 A씨(30대) 등 일당 14명을 붙잡아 전원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중계기와 노트북, 공유기 등 장비 750대를 압수했다.
A씨는 지난 1월부터 중국 현지에서 주로 항공우편으로 중계기 부품을 건네받은 뒤 이를 조립해 국내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모두 375대의 중계기를 제작하고 관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총책 B씨(40대)와 중국 SNS인 위챗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당 15만원을 받고 중계기를 조립했다. 이어 경찰 단속을 피하고자 운반책과 관리책들을 통해 중계기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44곳으로 분산해 설치했다. 또 중계기마다 위치추적기를 설치해 중국 총책이 이를 관리할 수 있게 했다.
A씨 등이 마치 통신망을 깔듯 중계기를 광범위하게 깔아두면, B씨는 이를 실제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콜센터에 대가를 받고 제공해 이익을 챙겼다. 이들의 범행으로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피해 금액은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46억원 상당에 이른다. 피해자는 182명이다.
경기남부청은 전화금융사기 전담팀을 구성해 전국의 불법 중계소를 단속하던 중 A씨 조직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추적 끝에 지난 3월 중순 경기 파주시의 한 주택에서 A씨를 검거했다. 이어 추가 수사를 통해 관리책 등 13명을 차례로 붙잡았다.
A씨의 조직은 모두 30명으로 구성됐는데, 전담팀이 체포한 14명 외에 나머지 16명은 전국 각 경찰관서에서 차례로 체포돼 모두 구속됐다. 경찰은 아울러 중국에 있는 총책 B씨의 신원을 특정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계기가 계속 사용됐다면 더 큰 피해자들이 생겼을 것”이라며 “이들을 적발해 전화금융사기로 이어지는 것은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건물 옥상 분전함 또는 아파트 계단 등에 중계기를 위장 설치한 불법 중계소가 무인 운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니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프리미어12] 휴식일에 모두 사라진 ‘경우의 수’···일본·대만 나란히 승리, ‘도쿄행 티켓’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